도자기로 그린 이상한 그림 서양화가 이정숙 개인전 ‘明 그리고 暗’
도자기로 그린 이상한 그림 서양화가 이정숙 개인전 ‘明 그리고 暗’
  • 김경진 기자
  • 승인 2009.06.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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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출발하는 그림이 있다. 흙은 이겨지고, 모양으로 다듬어져 유약이 입혀진다. 뜨거운 불에 몸을 만들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면 이미 독립적 예술로 완성된다. 그런데 완성된 도자기가 다시 캔버스에 옮겨져 전혀 다른 회화로 탄생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서양화가 이정숙의 개인전이다.

이정숙은 대학에서 조형도예를 전공했다. 졸업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라벤나 국립모자이크대학’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모자이크를 공부했다. 모자이크의 오브제가 도예와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니 외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모자이크 장르의 대중적 성공이 쉽지 않았다. 유럽과는 판이한 조형적 환경 탓이었다. 모자이크를 자신의 작품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원래의 전공으로 돌아갔다. 조형도예에 모자이크 기법을 적용시키는 방법을 착안했고, 그 고민의 성과물이 쏟아져 나왔다. 도자기를 캔버스에 붙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붓과 물감을 사용하지 않은 회화인 것이다.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그의 개인전에서 그 이상한 그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흙으로 빚은 작은 도자기들이 각각의 모양을 한 채 어떤 것은 반듯하게, 어떤 것은 거꾸로 캔버스에 붙어있다. 마치 입자가 굵은 모자이크를 보는 것처럼 함부로 붙은 도자기들이 통일감과 균형감을 가진 채 완성된 미장센을 형성한다.

이정숙은 또, 캔버스 바닥에서 빛을 발사하고, 도자기에 구멍을 뚫어 그 빛을 투과시킨다. 작가는 도자기에 뚫린 구멍에서 연하게 발광하는 빛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그 빛은 종교적 빛일 수도, 사랑의 빛일 수도 있다. ‘밝음과 어두움’의 명도 조절로, 혹은 붉고 푸른 색감의 조절로 새로운 소통의 기호학을 만들어낸다.

마산에서 출생해 주로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그는 작년부터 울산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번 개인전은 신정동 시청 앞 갤러리 ‘창’에서 7월 4일까지 열린다. /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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