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초의 다회용 공유컵, ‘도돌이컵’을 응원하며
울산 최초의 다회용 공유컵, ‘도돌이컵’을 응원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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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일회용 컵은 1907년 미국의 한 변호사가 발명했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는 나라의 재건을 앞당기기 위해 술 대신 생수를 권하는 금주운동을 전개했다. 그런데 캠페인에서 사용하던 공용 컵이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거부감을 샀고, 그 결과 일회용 종이컵이 탄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이 어색했다. 그런데 일회용 컵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1918년 미국에서 발생해 유럽으로 퍼져나간 스페인 독감이다. 1년 반이란 짧은 기간 동안 5천만~1억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은 보이지 않는 병원균에 대한 강한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공포감이 커질수록 일회용품 사용량은 늘어났다. 어느 환경학자의 말처럼 일회용품과 전염병의 끈질긴 동맹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최초의 일회용 컵은 종이컵이었고,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다. 재미난 사실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출시된 직후 사람들은 그것을 버리지 않고 씻어서 계속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계획된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의 개념을 소개한 버나드 런던(Bernard London)의 말처럼 플라스틱 업계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거리낌 없이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를 조장했다. 이후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의 성장과 1984년 컵 뚜껑의 개발로 일회용 컵의 전성시대가 도래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유명 커피 전문점이 입점하면서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커피 업계의 마케팅 덕분에 테이크아웃 커피는 능력 있고 멋스러운 현대인의 상징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09년 191억 개에서 2018년 294억 개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8천만 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이탈리아 물리학자 피에로 마르틴의 말처럼, 만약 먼 훗날 미래 고고학자들이 우리 시대를 플라스틱에 지배당한 ‘플라스틱紀’로 표현한다면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문화가 가장 번창했던 나라로 기록될 것이다.

일회용 컵의 남용은 다양한 환경 및 경제 문제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생산해내고 이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회수(recover)하는 쓰레기의 계층구조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올해 시행되는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나 최근 전국에서 시도되는 ‘다회용 공유컵’ 시범사업은 쓰레기의 최상위 계층인 ‘줄이기’와 ‘재사용하기’를 실천하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환경도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국내의 제주, 서울, 인천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회용 공유컵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울산에서도 공유컵을 만날 수 있다. 5월부터 시작된 울산 최초의 다회용 공유컵, ‘도돌이컵’이 그 주인공이다. 테이크아웃 음료를 일회용 컵이 아닌 도돌이컵에 담아 갈 수 있고, 사용 시 보증금 3천원이 필요하지만, 41곳의 참여 카페에 반납하면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

필자는 다회용 공유컵이 일회용 컵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와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동안 맹위를 떨친 일회용 컵이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부디 울산 최초의 다회용 공유컵, 도돌이컵의 시도가 그 시기를 앞당겨 주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연구위원·환경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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