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울산시교육감 선거 ‘공부 논쟁’
[기획] 울산시교육감 선거 ‘공부 논쟁’
  • 정인준
  • 승인 2022.05.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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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성적 하락… 전국 꼴찌”- “허위사실… 수능성적 향상돼”
- “기초학력미달 확대는 울산 학생들
성적 전반적인 하락을 나타내는 것
학교·학생별 수준 파악 맞춤형 교육”


- “최근 의예·치대·한의대 등 주요대학
진학률 높고, 그 다음 수도권 진학해
성적이 꼴찌라면 나타날 수 없는 수치”
울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주홍(왼쪽 사진)과 노옥희 후보.
울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주홍(왼쪽 사진)과 노옥희 후보.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공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옥희(현 교육감) 후보에 도전하는 김주홍 후보는 “지난 4년간 울산교육이 무너졌다”며 “이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가 주장하는 ‘무너진 울산교육’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심에 학생들의 성적저하가 있다. 김 후보는 “노 교육감 4년간 학생들을 교육 시키지 않아 전국 꼴찌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교육감이 되면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해 공부를 시키고, 전국 최상위 성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옥희 후보는 “전국 꼴찌 성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지난 4년간 학생들의 성적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향상됐고, 이는 고무적인 일로 지속가능한 울산교육을 실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공부는 시키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시교육청은 전국 최고수준 청렴도를 일궈 교육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했고, 보편적 또는 집중적 교육복지를 통해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공부(학습능력) 또는 교육은 어떤 목표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큰 시각차를 나타낸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것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극과 극의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공부나 교육의 목표는 지식습득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접근방식에서 다를 뿐이다.

◇김주홍 후보 “울산 교육 무너져… 학생들 공부시키겠다”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개되고 있는 ‘공부 논쟁’도 이와 같다. 이 논쟁의 시작은 김주홍 후보 측의 ‘울산지역 성적 전국 꼴찌’라는 주장에서부터다. 이 주장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울산지역 성적 전국 꼴찌’라는 사실은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실제 꼴찌일 수 있고, 아닐 수 있다. 이유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들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하고, 시도별 평가결과 산출과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학업성취도는 중3과 고2를(초6은 2013년부터 제외)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를 평가하고 있다. 기초학력미달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시도별 통계는 제공하지 않고 국가 전체 기초학력미달률을 발표하고 있다.

김주홍 후보 측이 인용하고 있는 ‘울산지역 성적 전국 꼴찌’에 대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전국지역 학업성취도(미달률·그래프 참조)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3의 경우 영어는 2018년 5.3%에서 2020년 7.1%로 확대됐다. 같은기간 고2는 10.4%에서 13.5%로 늘어났다. 이를 김주홍 후보 측은 울산 성적꼴찌로 과장해 인용하고 있다. 전국 학업미달률이 울산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측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김영오 전 울산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기초학력미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울산의 학생 성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며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하더라도 성적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진보교육감의 교육정책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울산 성적 전국 꼴찌는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을 공부시키겠다는 김주홍 후보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김 후보는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전반적인 학생 성적을 올리기 위해 꼼꼼한 공약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학력향상 공약을 보면 ‘전국최고수준 학습역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학력진단을 위해 초1부터 고1까지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구군별 기초학력책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자기주도 학습카페를 운영한다.

특히 학생 스스로 자기실력을 진단할 수 있는 온라인 진단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15가지 실천과제가 있다.

김영오 전 국장은 “학교별 학생별 학력수준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학력향상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며 “대다수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학력저하 걱정을 교육정책 1순위로 삼아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학업 성취도(미달률)>      출처=나라지표

◇노옥희 후보 “4년간 성적향상… 미래지향 지속가능한 울산교육 약속”

노옥희 후보는 우선 ‘울산지역 성적 꼴찌’라는 김 후보 측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8년 대비 성적이 향상되고 있는데, 국가수준학업성취도를 들어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주장에 반박하는 자료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성적 분석<표 참조>을 들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노옥희 교육감이 취임했을 당시와 비교할 때 2021년 수능성적 분포에서 울산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울산지역 학생 국어는 2018년 12위에서 지난해 9위로 향상됐다. 수학가는 6위에서 3위로, 수학나는 5위에서 4위로 상위권이다. 자료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수학나는 9~10등급 분포가 전국 최하위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김 후보가 성적과 관련해 근거로 제시한 ‘학업성취도’가 전국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면, 수능분석은 시도교육청 비교 자료로 유용하다. 지난 4년간 학력이 저하돼 전국 꼴찌 수준이라면 수능성적 분포에서 중상위권이 아닌 하위권을 기록해야 맞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간 울산지역 대학진학률도 전국 상위권<표 참조>이다. 울산지역은 대기업이 많아 진학률이 높지만 속내용이 튼실하다는 주장이다.

노 후보 측 관계자는 “대학진학률에서 최근에는 의예, 치대, 한의대 등 주요대학 진학률이 높고, 그 다음 수도권 진학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주홍 후보가 주장한 것처럼 성적이 꼴찌라면 나타날 수 없는 수치”라고 밝혔다.

노 후보도 역시 기초학력 보장에 대해 공약 1순위인 ‘미래책임교육’ 분야에 포함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은 노 교육감은 교육일상회복에서 기초학력 부진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의 공약에도 역시 학습진단평과 분석, 예측 보완이 가능한 학습할동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추진이나 1수업 2교사제, 채움교사제, 두드림 학교 운영 등으로 느린학습자, 경계선지능학생, 난독학생 등도 기초학력 보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노옥희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성적 꼴찌 주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울산 학생, 교사, 학부모에 대한 폄훼이자 모독”이라며 “지난 4년의 울산교육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한 울산교육을 통해, 울산교육이 국가 공교육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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