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 계층’ 누가 만들었습니까?
‘차상위 계층’ 누가 만들었습니까?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9.06.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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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상위(次上位) 계층’이라는 행정 용어를 자주 접한다. 실직한 이웃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회이다보니, 복지와 관련해 취재를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이다.

‘차상위 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보다 생활이 다소 나은 바로 위의 계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사이에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생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공공부조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수급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인 빈곤층’을 의미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차(次) 상(上) 위(位) 말 그대로 ‘최상위 다음가는 등급이나 계급’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제외하면 모두 ‘최상위 계층’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 수급자는 ‘차차(次次)상위계층’또는 ‘하위계층’이란 말인가? 말장난 같은 의문을 품어 본다.

‘차상위 계층’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반감을 느꼈다. 인간을 돈(소득)에 따라 아래, 위로 구분하는 논리가 전제로 깔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 평등’이란 교과서적인 감정의 발로였다. 용어 자체도 어려웠다.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고개가 갸우뚱거릴만 했다. ‘차상위? 어디에 버금간다는 말인지…’ 애매모호한 개념 탓에 기자가 ‘차상위’인지 ‘최상위’인지도 헷갈렸다. 국가로부터 수급비를 받지 않으니 분명 수급자는 아니었다. 모든 게 우스운 일이었다.

이같은 주장은 기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안 해 봤으니, 누군가가 “알기 쉽다”고 대답한다면 반박할 객관적인 근거는 갖고 있지 않다.

일단 뜻을 알기 어렵다고 가정할 때, 가장 불편한 이는 주민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문제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강조하는 ‘주민밀착행정’도 방해한다. 공무원이 단어를 설명하는 게 만만찮다. 우리말로 순화하기도 쉽지 않다. 주민과 기관 모두에게 손해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순화하거나 바꿔야할 행정용어가 이뿐만은 아니다.

‘차상위 계층’이란 용어를 누가 처음 만들었고 언제부터 통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를 일컫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한 때 ‘장애우’라는 용어를 둘러싼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제한한다’는 등의 문제제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작 장애인들이 이 용어를 싫어했다고 한다.

‘차상위 계층.’ 누군가는 이 용어를 좋아할 수 있을까? 조만간 다른 용어로 기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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