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사랑한 독립운동가 ‘소파 방정환’
어린이를 사랑한 독립운동가 ‘소파 방정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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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이 결성한 어린이 운동단체 ‘색동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도 100년이 되었다. 한평생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하고 민족의식을 심어주면서 독립의 길을 준비했던 방정환. 그가 이루어놓은 많은 업적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동인권운동가 방정환은 어린이들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올바르게 잘 자라야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고, 훌륭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런 사상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겼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나 1923년에 ‘색동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해 5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어린이날’을 만들어 널리 알렸다.

방정환은 국제사회가 어린이의 존엄성을 인식하기 훨씬 전부터 어린이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바쳤다. 그때만 해도 어린이들은 어른과 같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였기에 어린이들은 대부분 그들을 위한 책이나 장난감도 없이 생존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정환은 봉건시대의 낡은 전통을 개혁하려고 애썼다.

방정환은 한국 근대 아동문학을 이끈 선구자였다. 외국동화의 번안·번역가로서 1922년엔 ‘사랑의 선물’을 펴냈다. 동시, 동요, 동화, 동화극을 쓰는 아동문학 작가를 발굴하는 한편 30여 개의 필명을 사용해가며 기고하기도 했다.

옛이야기를 재구성한 그의 전래동화는 마치 관객을 앞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입말체’ 곧 들려주는 말투를 잘 살려 쓴 것이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던 기존 도서의 틀을 깨려는 의도는 1923년 3월 20일에 창간한 ‘어린이’지에 잘 나타나 있다.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의 한 사람인 손병희의 셋째 사위였던 방정환은 독립운동에도 열정을 바치려고 1918년에는 ‘청년구락부’를 조직했다. 또 출판과 연극 활동을 통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고, 〈조선독립신문〉을 몰래 제작하고 배포한 일로 종로서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1921년엔 도쿄 유학생 독립선언서 작성과 청년 선동 혐의로 구속되었고, 출소 후에도 순회강연을 하러 갈 때마다 감시를 받아야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를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방정환은 일본 경찰의 의심을 받아 옥살이할 때도 동료 죄수들에게 이야기를 실감 나게 들려주곤 했다. 아주 슬픈 이야기를 해줄 때면, 그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있던 일본인 간수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들었다고 전해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동화구연을 해줄 때의 일이다.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한 어린이가 생리현상도 꾹 참고 있다가 끝내 고무신에다 오줌을 누고 말았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동화구연가였는지 짐작이 간다.

나는 23년째 색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동화구연 봉사를 하는 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렐 때가 많다. ‘방정환 선생님이라면 이 동화를 어떻게 구연하셨을까?’ 하고 고민도 해보면서 아기천사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기뻐지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맑디맑은 눈을 마주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떤 이는 미동도 없이 이야기에 쏙 빠져드는 걸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더 신이 나고 마음이 충만해져서 즉석에서 애드리브까지 넣어가며 구연을 한다. 이야기를 듣고 오종종 걸어가는 어린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동화 씨앗을 하나 심은 것 같아서 가슴이 뿌듯해지곤 한다.

소파 방정환은 잡지 발행인·편집인이면서 언론인이었고, 교육사상가, 사회운동가, 문화운동가, 문화행사 기획자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한 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3살의 젊은 나이에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유언을 남기고는 별이 되고 말았다. 당신께서 이루고자 했던 ‘어린이 사랑과 나라 사랑의 길’, 영원히 이어 갈 수 있도록 쉼 없이 나아가야겠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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