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 떠오르는 소금 이야기
하얀 꽃, 떠오르는 소금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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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하얀 꽃, 하얀 향기의 계절이다. 이팝나무, 아카시아, 밤나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따금 후투티의 ‘쿠궁(번식기 울음소리)’ 입장단이 더하니 오월은 온통 하얀 향화연(香華宴)의 잔치마당이다.

하얀색은 울산의 정체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학성의 두루미 깃, 삼산 들의 쌀, 마채의 소금은 과거 울산의 색이었고, 삼호대숲 위로 나는 백로의 하얀 날갯짓은 현재 울산의 색이다. 예전에 ‘소금’ 하면 ‘울산’ 하며 맞받을 만큼 울산은 유명한 소금 산지이기도 했다.

1962년 울산이 공업단지로 지정되기 전만 해도 울산-소금의 연결성은 자연스러웠다. 현재도 북구의 염포, 남구의 마채염전 이야기는 울산 토박이들의 추억 속에 간직되어있다. 해안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 염전은 바닷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양질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일은 옛날 염부(鹽夫)의 경험담을 통해 듣기도 한다. 태화강 하류 지역은 넓은 습지여서 만조기에 바닷물을 가두면 천혜의 염전이 따로 없었다.

울산의 옛 소금은 서해안의 자연산 소금과는 다른 자염(煮鹽=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이었다. 자염은 바닷물을 서서히 끓여가며 만드는 소금이어서 염도가 높다. 특히 남구 화창마을의 마채염전 소금은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스토리텔링의 보고인 화창마을의 지명과 염전 이야기를 다시 녹여낸다면 모범 사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금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다. 장을 담글 때 물로 녹이는 것도, 장마철에 물에 젖은 소금 독을 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간혹 사찰의 전각(殿閣) 모퉁이에 작은 소금단지를 올려놓는 것은, 소금물이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금의 첫째가는 성질은 짠맛에 있다. 소금은 성경에서 다양한 비유로 쓰인다. 의(義)로운 삶에 관한 기록인 마태복음 5장 13절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주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향을 만드는 방법과 성결에 관한 기록인 출애굽기 30장 35절에는 “그것으로 향을 만들되 향 만드는 법대로 만들고 그것에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고”라는 말씀이 나온다. 다리오의 조서 내용인 에스라 6장 9절에는 “또 그 수용물 곧 하늘의 하나님께 드릴 번제의 수송아지와 숫양과 어린 양과 또 밀과 소금과 포도주와 기름을 예루살렘 제사장의 소청대로 영락없이 날마다 주어…”라는 말이 나온다. 소제(素祭) 때는 볶은 곡식의 이삭과 기름과 소금을 반드시 같이 넣었다. 이때 소금은 ‘변치 않는 언약’의 상징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세상의 소금’ 역할을 거듭 강조한다. 어디 교회뿐이겠는가 다양한 다른 종교들도 소금의 역할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는 권위와 능력으로 공의와 정의를 실천한, ‘나귀를 타신 겸손한 그분’의 말씀이다. 소금이 제 기능을 다 하려면 뿌려지고 녹아야 한다. 이는 교만하거나 거들먹거리거나 비겁하지 않고, 그분의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소금’을 외치면서도 그 가치도 예의도 모르는, ‘녹지 않는 소금’ 같은 무뢰한이 간혹 있다.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없을 때라야 비로소 보인다면 바로 그런 사람이 ‘녹지 않는 소금’이다.

누구나 앞으로 더 큰 일을 하고자 한다면 사람의 가치를 알고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는, 신독(愼獨)을 해야(=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언행을 삼가야) 한다. 또, 본인은 물론 추종자라 할지라도 물에 녹지 않는 소금같이 교만하고 간사한 자는 미련 없이 멀리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반드시 명심했으면 한다.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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