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0,1,π,e, 그리고 리만 가설의 끝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0,1,π,e, 그리고 리만 가설의 끝
  • 이상길
  • 승인 2022.04.2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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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수학(數學)을 그저 숫자놀음이나 하는 학문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수학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수학도 물리학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파헤치는 학문인 셈. 가령 컵에 담긴 물이 엎질러졌을 때 엎질러진 물의 움직임도 일정한 원리의 지배를 받는데 그게 바로 유체역학의 한 공식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다. 구체적인 수식은 묻지 마시길. 나도 모르니까. 머리 아파! 다만 이 방정식으로 인해 영화 속에서 파도나 지진해일 같은 장면의 CG(컴퓨터 그래픽)가 좀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수학을 구성하는 숫자들 가운데는 우주만물과 관련해 꽤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들이 몇 개 있다. 바로 0,1,π,e가 그것. 우선 ‘0’은 제로, 즉 무(無)다. 그러니까 우주 탄생 이전의 무의 상태를 숫자로 표현하면 0이다. 0은 또 무엇을 곱하든 0이다. 이 우주에서 가장 큰 숫자와 곱해도 0을 만들어버린다. 일종의 블랙홀인 셈. 다 빨아 댕긴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블랙홀로 인해 우주는 다시 무(無,0)의 상태로 돌아갈 거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1’은 유(有)를 의미한다. 무(0)였던 우주에 드디어 무언가가 생겨난 셈. 그게 천지창조가 됐든 빅뱅이 됐든 1은 우주만물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도 천지창조를 하신 그분(神)을 ‘하나님’이라 부른다. 빅뱅(대폭발) 역시 ‘하나’의 점에서 시작됐다.

다음으로 무리수인 원주율 ‘π(3.14 1592...)’와 자연상수 ‘e(2.71828...)’는 소수점 이하로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왠지 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우주와 닮았다. 어쩌면 원주(동그라미)의 길이와 그 지름의 비율인 원주율 π는 ‘공간의 확장(우주팽창)’을, 1보다 큰 수 중에 다른 어떤 수보다 작은 수인 자연상수 e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할 지도. 0,1,π,e가 수학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라는 거 빼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개똥철학을 근거로 의미를 부여한 것뿐이니 그냥 재미 삼아 읽으셨길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진짜다. 수학이 우주만물의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이라는 건 ‘리만 가설’을 접하는 순간 누구든 쉽게 깨닫게 된다. 이게 뭐냐면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소수(素數)와 관련해 독일의 천재수학자 리만이 150여년 전에 던진 가설이다. 오일러나 가우스 등 천재 수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2,3,5,7,11...’로 끝없이 이어지는 소수(素數) 배열의 규칙성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들쑥날쑥했던 것. 그러던 중 리만에 이르러 그는 소수로만 구성된 제타함수를 만든 뒤 그 일부만을 3차원으로 도식화해 이런 가설을 던졌더랬다. ‘제타함수의 비자명적인 제로점은 모두 일직선상에 있다’ 어렵죠? 하지만 이해할 필요 따윈 전혀 없답니다. 저도 모르니까요. 다만 소수의 배열은 어떠한 규칙도 없이 무질서하게 배열되는 줄 알았는데 그 일부를 함수로 만들어 입체화시켰더니 규칙성이 발견됐다는 것만 기억해두시길. 과연 제로점은 끝까지 일직선일까?

원래 소수(素數)라는 게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수인만큼 그게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原子)와 닮은 탓에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수학자들이 도전을 하고 있지만 풀리지 않고 있다. 그게 입증되면 이 우주를 만든 조물주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아니 당장 리만 가설이 입증돼 소수의 규칙성이 완전히 증명되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신용카드나 NSA(미국국가안전보안국) 같은 정보기관의 보안이 다 털리게 된다고 한다. 그들의 암호가 대부분 엄청난 길이의 소수(素數)로 만들어졌기 때문.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주인공 이학성(최민식)은 이런 리만 가설을 증명한 수학자로 등장한다.

자신의 천재성이 무기 만드는데 사용되는 게 싫어 남한으로 건너와 숨어지내던 학성은 서울 강남 어느 자사고에서 소사로 일을 하며 우연히 지우(김동휘)를 알게 돼 그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는 √2를 소수점 아래 38자리까지 계산했던 리만의 흔적을 보여주며 그냥 √2로 쓰면 되지 왜 이런 짓을 했냐는 지우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2와 친해지려고.”

그러거나 말거나 근자에 와서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물리학 박사인 마이클 베리는 리만 가설에서 일직선으로 뻗은 제로점의 불규칙한 간격과 닮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당구를 이용했다. 그러니까 당구공이 당구대를 치는 지점을 제로점으로 봤던 것. 그런데 놀랍게도 당구대 모양을 하트로 바꿨더니 제로점의 배열과 거의 일치했다. 지금부터는 또 개똥철학인데 제로점이 일직선이라는 건 어쩌면 빛을 의미하는 게 아닐는지. 그리고 불규칙한 간격의 제로점들은 빛을 파동이 아닌 입자로 봤을 때 입자들의 불규칙한 간격이고 모르스 부호같은 그 입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 아아. 어쩌면 그분(神)은 진짜 존재하실 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좀 멈춰줘 봐요! 뭐 하고 계신 거야 진짜. 으이구.

2022년 3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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