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구걸 / 최일형
[디카+詩]구걸 / 최일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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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여

십 년 만 돌려줍쇼

 

 

최일형 시인의 디카시 ‘구걸’을 감상합니다.

세월이여 십년만 돌려줍쇼 짧지만 긴 여운이 남습니다. 자존심까지 흔들립니다.

세월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당당하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왜 비굴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만 그럴까 싶어 다시 생각해보지만 많고 많은 사람이 세월이라는 말에 가슴 쿵덕 내려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세월 참 무섭습니다.

그 세월이 나이가 되고 나이가 곧 늙음이 되고 죽음이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철문이 녹슨 만큼 마음도 녹습니다. 구걸해서라도 조금 비굴해지더라도 십년 아니 몇 년 만이라도 돌려받는다면 그 세월이 보통 세월이겠습니까?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식 나이를 없애고 만 나이로 법적 사회적 기준으로 통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전 국민이 최대 두살까지 어려진다고 합니다. 제각각인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표준화해서 사회적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반론도 있지만 대부분 찬성이라고 합니다.

세월이라는 말에 자존심 무너지는 나에게 2년이나 돌려준다니 생각할수록 좋은 일입니다. 그럼 몇살이더라 그 나이에 내가 무엇을 했을까 무엇을 하지 못하고 지나왔을까를 생각하니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마음을 바로 잡고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후회 없도록 열심히 살자고 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녹슨 문은 페인트라도 칠할 수 있지만 녹슨 세월은 아무리 애를 써봐도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더더욱 최선을 다하며 보내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도 먼 후일에는 옛날이 된답니다. 지금이 모여 세월이 된답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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