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노아의 홍수’는 상상 속 소설이 아니다
-212- ‘노아의 홍수’는 상상 속 소설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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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봄과 가을이 확실히 짧아졌고,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다. 삼한사온과 장마도 혼란스럽다.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장마가 지속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한반도의 식물상(相)도 변하고 있다. 대구 이남에서만 재배하던 사과가 이제는 철원의 명물이 되었다. 제주뿐만 아니라 남부 지방에서도 아열대성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어종도 달라지고 있다. 한류성 명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린 대신, 난류성 오징어가 늘어났다.

돌아보면, 지구의 역사는 기후변화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 종의 90% 이상이 멸종된 대빙하기가 적어도 5차례나 있었다. 소빙하기와 간빙기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잦았다. 그렇게 기후변화는 ‘늘’ 있어 왔다. 지구의 기후가 끊임없이 변하는 이유는 태양의 활동, 화산 폭발과 산불, 지구 자전축의 기울어짐, 지각판의 움직임, 해류의 변화 등이 모두 지구의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기후가 해마다 변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제 우리 인간까지 나서서 지구의 환경과 기후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산업혁명 이전에 지구가 65만 년 동안 배출한 양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은 무얼 의미하는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소비에 의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올랐다.

심각한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앞장서 만들었다. 그렇다고 인간이 온난화를 막아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시계를 망가뜨리는 일과 고장 난 시계를 고치는 일은 전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더라도 온난화는 쉽게 멈추지 않을 가능성을 분명하게 인정하자. 오히려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지구의 역사에서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지구상에 우리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자명하다.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홍수나 끔찍한 산사태는 절대 상상 속의 소설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가려면, 한 사람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90% 이상 줄여야 한다. 그러나 탄소를 쓰지 않는다고 무조건 친환경적 선(善)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환경 파괴도 화석연료 못지않게 심각하다. 먼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 에너지와 자원의 무분별한 소비와 낭비도 반드시 줄이자. 그렇다고 무작정 탄소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低)탄소와 탈(脫)탄소를 위한 대안이라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미래기술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부쩍 높아진 원전에 대한 거부감도 극복해야 한다.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과 같은 기상이변을 무작정 탓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기상이변이 어제오늘 시작된 것도 아니다. 기상이변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지구환경이 변한다고 지구 자체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위험에 빠진 지구를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걱정하는 진짜 이유는 그 변화가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전제로 하지 않은 대안은 의미가 없다. 온실가스 배출로 몸살을 앓는 것은 지구가 아니라, 결국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

이동서 ㈜젬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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