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우리 반
신나는 우리 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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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가 되면 학급 경영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1년 동안 어떻게 학급을 운영할지 계획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담임교사는 생활기록부 작성, 출결 관리, 안내사항 전달 등을 정해진 양식에 맞추어 해야 한다. 나머지는 담임교사의 교육철학과 학급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필자의 경우 2학년 모든 반에서 수업을 한다. 교실에 들어가면 교탁 안에 들어있는 것들부터 학급 게시판의 구성, 책상 배치 등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필자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급 운영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가장 먼저 학급 운영의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본다. 그 방법들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학급 운영의 목표와 방침을 담아 개학 첫날 학부모 편지로 보낸다. 올해도 학급 운영 계획을 세웠는데 예전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하고 싶은 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참 좋은 일인데 문제가 있다. 바로 ‘누가 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느냐?’이다.

올해 반장선거에 5명의 아이들이 후보로 나섰다. 흔치 않은 일이다. 반장선거를 통해 반장 1명, 부반장 1명을 뽑는다. 문제는 투표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데 있다. 자신이 몇 표를 받았는지, 아이들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너무 적은 득표로 상처받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단 학급을 위해서 나섰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일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후보자들을 모아서 소견 발표 때 자신이 학급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라고 시켰다.

투표가 끝나고 반장과 부반장이 선정되었다. 당선된 아이들에게는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낙선한 아이들에게는 어차피 학급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반장이 아니더라도 학급을 위한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아이들도 흔쾌히 승낙했다. 반장과 부반장 학생의 학부모에게는 축하 문자를 보냈다. 낙선한 아이들의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의 도전과 용기를 칭찬하고 학급을 위해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함께 학급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공지했다. 후보자 5명에게도 함께 하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설득해서 같이 하라고 권했다. 이렇게 중심이 될 아이들을 구했다.

그런데 부반장과 반장이 차례대로 일주일씩 결석을 했다. 필자도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당했다. 격리를 마치고 아이들을 모았다. 지금까지 학급에서 겪었던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 다음 필자가 알고 있는 학급 행사들을 알려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오라는 숙제를 주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보니 보물찾기부터 e-스포츠대회까지 9개나 되었다. 1~2개씩 나눠서 맡기로 했다. 필자도 ‘이달의 인물’이라는 학급상을 주는 행사를 맡았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행사를 왜 해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한 번도 이런 계획서를 쓴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라 필자가 맡은 행사의 계획서를 먼저 작성해서 샘플로 보여주었다. 계획서를 쓰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서 물어보도록 했다. 처음 써보는 계획서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계획서를 작성한 뒤 그 내용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행사에 대한 동의를 얻어 진행하기로 했다. 어느새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나머지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진행하기로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민주시민 교육이다. 민주시민 교육에 포함된 가치와 태도, 역량 함양이 가능하도록 교과 내용을 개발하고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공적 과정 속에서 참여를 통해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의 참여와 실천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이 어설프고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무척 대견하다. 이 아이들과 채워갈 남은 시간들이 정말 기대된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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