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문화공간
화장실도 문화공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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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깨끗하게 사용하시면 오늘 본 것은 평생 비밀로 하겠습니다.’, ‘평생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화장실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재치있고 익살스러운 문장도 있고, 비장하고 진지한 명언도 있다.

화장실은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화생활의 일부다. 특히 국가정원과 대공원이 있는 울산의 공중화장실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대부분 신식 수세식 구조에 환기구, 위생상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까지… 때로는 고급숙소에 들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울산지역 구·군 홈페이지의 ‘환경’ 분야에 들어가 보면 공중화장실 현황이 잘 소개되어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구청에서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적게는 60곳 남짓이지만 많게는 130곳이 넘기도 한다. ‘24시간 개방’ 화장실이 있는가 하면 공공시설물에 딸려 어서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다.

어느 날 필자가 동구 남목의 감나무골에서 산책하고 있을 때, 갑자기 경찰순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공중화장실에 도착했다. 차에서 경찰관 두 분이 내리더니 화장실 내부를 꼼꼼히 뒤졌지만, 끝내 별다른 이상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경찰관들은 산책객들에게 한참 탐문을 하다가 문제가 해결된 듯 되돌아갔다.

알고 보니 엄마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나온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화장실의 비상벨을 누른 것이 잘못이었다.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해도 이런 잘못된 신고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비상벨은 ‘위치정보형’이어서 벨을 누르면 곧바로 경찰서 상황실로 연락이 가고, 상황실 근무자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에게 지령을 내린다. 이날의 일은 해프닝이었지만 필자는 마음이 든든했다. ‘안심화장실’의 실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에는 으레 장애인화장실도 같이 설치된다. 볼 일이 급할 때 화장실이 꽉 찼다면 비장애인도 사용하고 싶겠지만,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장애인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문화시민의 자세라고 보기 때문이다. 장애인화장실의 설치 근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고, 그 시행규칙에는 접근성을 고려한 설치장소, 재질과 마감, 기타설비가 모두 명시돼 있다.

솔직히, 장애인 편의시설이라면 문외한이었던 필자가 수년 전, 한 학교의 장애인화장실 개선 요청을 받고 관련 규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공원이나 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장애인화장실을 한 번 더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조금 아쉬운 것은 화장실 규격이 규정을 따르지 않은 곳도 더러 있었던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대변기는 신축이나 개할 때의 규격이 달라질 수 있고, 등받이도 설치해야 한다. 수평 손잡이는 고정식과 회전식으로 양쪽에 모두 설치해야 한다. 그 대신 수직 손잡이는 한쪽에만 설치해도 된다.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적 볼 일만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휴식과 안정을 찾고 보장받는 문화공간이다. 이제 국민의 공감대도 이루어졌고 정부와 지자체의 뒷받침도 충분한 만큼 우리는 문화시민의 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또 2018년부터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둘 수 없고, 물에 안 녹는 물티슈 같은 것을 변기에 넣어서도 안 된다. 이것들은 지하에 매설된 오수관로에 쌓이다가 오수처리시스템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

18일부터 코로나 규제가 대부분 풀리면서 시민들의 외출도 부쩍 잦아질 것이다. 공중화장실 관리와 이용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때가 온 것이다.

김정숙 울산여성경제인협회 이사,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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