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어제와 내일
오늘, 그리고 어제와 내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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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30일, 통도사 중봉 성파(性坡·83)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제15대 종정에 취임했다. 종정의 임기는 5년이다. 스님이 취임 전후에 한 말씀을 정리해 본다.

“그동안 중노릇 제대로 하자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을 뿐, 주지니 방장이니 종정이니 하는 자리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일상에 도(道)가 있고, 천지사방이 학교라는 것이 나의 깨달음이다.”, “인상(人相=남보다 잘났다는 생각)과 아상(我相=나에게 집착하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가꿔야 한다.”, “저 잘났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항상 상대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칭찬하고 존중했다는 보살)이 필요하다.”, “악을 짓지 말고 착한 것을 지으면 된다.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 말 얼마나 잘하나. 말만큼만 하면 된다. 그게 나라 살림 잘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돼야 한다.”

“지구상에는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늘 갈등이 있었다. 반목과 질시의 ‘입도끼’로 쪼아대고, 서로에게 총을 쏘아대고 있다. 온갖 악재보다 더 악랄한 것이 인간의 악심이다. 인간에게는 선심(善心)과 악심(惡心)이 있는데,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일반 승려로서 여가를 보내며 일상의 삶으로, 수행의 방편으로 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된장도 담그고, 옻칠 회화, 옻칠 도자, 한지까지 만들게 됐다. 그런 사람이 종정이 되었으니,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말까지 나온다고 들었다. 그냥 놔두면 좋겠다. 종정이 되었다고 달라질 게 있겠는가?”

“우리가 산에서 염불하고 목탁 치는 건 다 하겠지만, 국가에 대한 기여도 있어야 한다.”, “종정이 되어도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만큼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어떤 악도 짓지 말고 착한 것은 모두 잘 봉행하라는 말이다. 세 살 아이도 알기는 쉽지만 칠팔십에도 행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알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행자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은 없다. 내일을 기다리는 자는 설사 미륵이 열반을 해도 벗어나지 못한다.”

말씀의 중심에는 ‘어떤 악도 짓지 말고 착한 것은 모두 잘 봉행하는 것’과 ‘오늘’ 그리고 ‘실천’이 있다. 성파 스님은 주지 소임에도, 방장 소임에도, 종정 소임에도 늘 ‘오늘’을 강조했다. 그동안 남긴 동안거·하안거 입제·해제 법어의 핵심도 하나같이 ‘오늘’이었다.

“Yesterday is dead and gone(=어제는 죽어 사라져 버렸고)/ And tomorrow’s out of sight(=내일은 아직 알 수 없어요)/ And it’s sad to be alone(=혼자 있는 건 외롭고 서글프니)/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이 밤을 지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1970년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발표한 팝송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의 가사 일부다. 그 내용은 어제와 내일 그리고 오늘에 대한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다.

스님의 종정 취임은 우풍순조(雨風順調)와 같고 이른 비, 늦은 비와 같은 시대적, 시의적 쾌거다. 불교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변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담판한(擔板漢=한 곳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보부상(褓負商=두루 볼 수 있는 사람)의 행동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구두선(口頭禪)과 나태와 미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인·수행자를 막론하고 공(公)과 의(義)를 위한 손과 발이 되어 당장 실천하는 자라야 떳떳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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