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와 ‘진실’ 혹은 ‘거짓’
역사 교과서와 ‘진실’ 혹은 ‘거짓’
  • 하주화 기자
  • 승인 2009.06.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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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학교장: “아무래도 미심쩍어 다음날 확인해니 역시나 감표가 잘못 됐더라”

C교사: “감표 결과를 확인한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닌데 다음날 뒤집혔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울산지역 한 교교에서 지난해 말 역사 교과서를 선정하기 위한 학교운영위의 표결 결과에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뒤늦은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7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11월 ‘좌편향’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금성교과서 채택안을 놓고 전교조 소속 C교사를 포함해 11명의 학운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감표 위원이었던 C교사의 감표결과 금성교과서가 과반수인 6표를 얻어 2009학년도 교재로 채택됐다. 그러나 다음날 학교장이 투표용지를 재확인한 결과 감표결과와는 반대로 다른 교과서가 6표를 얻은 것으로 표결 결과가 뒤집혔다는 게 요지다.

일을 키우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양측이 합의하에 금성교과서를 채택하고 사건은 일단락 된듯했으나 최근 시교육청의 감사가 시작되자 부정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놓고 전교조 교사와 학교장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게 된 것.

공교롭게도 양측 다 의혹을 살만한 위치에 있다. 당시 금성교과서는 정부로부터 ‘좌편향’으로 지목된 가운데, 정부 방침에 따라 교과서를 바꾸려는 학교장과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과서까지 바꾸려한다며 반발했던 일부 교사들간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감지됐었고, 이 학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

실제 울산시교육청의 ‘종용’에 따라 근현대사를 1·2학년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울산지역 고교 35곳 가운데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주문했던 23곳 중 12곳이 다른 출판사로 주문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당수 학교는 일부 교사들의 반발로 격론이 일거나 변경 안건을 학운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공방은 좌편향 교과서를 바꾸기 위한 학교장의 ‘투표용지 조작이냐’, 이를 고수하기 위한 전교조 소속 교사의 ‘감표 조작’이냐로 압축되고 있다. 문제는 ‘이념’을 둘러싼 이들의 진실 게임에서 어느 한쪽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교육계에 있어 ‘진실 공방’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길 폭발력을 안고 있다.

교육자적 양심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결과에 따라서는 불명예를 안고 교단을 떠나야할지도 모를 사안이다.

그래서 양측 다 핏발이 서있다. 여기다 C교사는 뒤늦은 교육청의 감사가 자신을 음해하려는 표적 감사라며 판까지 키워놓았다.

이번 감사는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으로 어물쩡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이다. 시교육청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고 교단을 졸지에 진흙탕 속에 빠트린 위선을 질타해야 할 것이다.

/ 하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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