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順命)의 길을 찾아 나선다
순명(順命)의 길을 찾아 나선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3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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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참고 인내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대가 나를 더 많이 참아주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인내한다. 삶의 목줄을 지키기 위해 비굴하게 견뎌내고, 곁에 있는 가족은 늘 함께하기에 또 서로를 견뎌낸다.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아무 일 없는 듯 견뎌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 상대를 견뎌내기도 한다. 분란과 분열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참기도 하고, 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이가 더 행복해지게 하려고 인내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인내하고 견뎌내는’ 이유다. 자신을 위한 인내는 한계가 있지만, 사랑을 위한 인내는 한계가 없다.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다. 우리의 인내의 이유가 사랑이었으면 한다. 그 사랑의 마음은, 우리에게 아픔과 고통이 참아내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행복이 될 것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열정이 사라진다.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현실에 안주하기 쉽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 열망과 포기하지 않는 간절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떤 열망과 간절함으로 살고 있는지?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서로 논의해서 역할을 나누고 같은 목표를 보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팀이며 공동체다. 그렇다면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언하건대, ‘서로에 대한 신뢰’다. 공동체 전체가 각자의 목표보다는 전체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신뢰, 그 목표를 향하여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자신을 이용해서 다른 이의 목표와 욕심을 채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 순간 팀은 깨지고 공동체는 무너지고 만다.

부모가 자식을 믿지 못하고, 자식이 부모를 믿지 않는다. 어른은 잔소리나 하는 꼰대일 뿐이고, 아이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로 전락한다. 국민은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법은 유독 나에게만 불평등하다. 서로 의심하는 사회,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공동체, 상대를 누르지 못하면 패배하고 낙오된다는 시대의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는 우리 아니던가. 그런 우리에게 믿음과 신뢰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믿음을 실천하고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때도, 좌절과 실패를 맛보았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그때의 일들을 다시 생각하면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심지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기도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이기에 아름다움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당시에는 사랑보다 아픔과 고통이 더 크게 보여 실망하고 슬퍼했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만이 자리한 그 흔적은 아름다움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놓인 것에 전전긍긍하며 아등바등 살아갈까? 어째서 내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도 없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한 외로움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자신만을 보며 살아갈까? 시간이 지나면 그때 그 일들이 바로 사랑했던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그것을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나약함과 어리석음 때문이다.

진정한 순명(順命)의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순명은 자신을 희생하며 의지를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명령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가끔은 그 안에 희생과 의무만 있을 뿐, 기쁨은 사라져 버릴 때도 있다. 순명의 가치는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분명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으로 이해하려 고민하고, 행동하려 고민하고, 같은 것을 같은 모습으로 바라보며 고민하는 흔적이 순명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도 홀로 그 ‘순명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4차산업혁명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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