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장의 정체성
교육수장의 정체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2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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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울산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로 출사표를 던진 장평규 예비후보자는 ‘보수진영’을 대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보수의 이념을 실천할 공약들이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장평규 예비후보자의 슬로건은 ‘꿈을 찾아주는 교육’이다.

그는 세대교체론을 들고, 좌우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과 조화로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울산교육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이게 보수의 이념과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좌우에 편향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중도를 추구하겠다는 것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재선 도전 의지가 강한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철학에 맞서려면 더욱 명확한 선명성이 필요할듯하다. 말로써 보수를 표방한다고 해서 ‘보수의 아이콘’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8대 울산시교육감을 뽑는 이번 선거 역시 진보와 보수, 좌-우 진영의 이념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와 우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진보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현상의 변화를, 보수는 현상의 유지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좌-우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한 철학을 의미한다.

즉 좌파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우파는 시장의 역할을 우선시한다. 20세기엔 좌-우 이념이 진보 좌파와 보수 우파로 대변됐지만, 물질을 우선시하는 철학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좌-우에 편향되지 않고 환경과 같은 돈 이상의 탈물질주의를 추구했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를 볼 때 장평규 예비후보자가 말한 진보나 보수, 좌나 우에 편향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맞지 않는다.

지난 4년간 울산의 첫 진보 교육감이었던 노교육감은 고등학교까지 ‘보편적 무상교육’을 완성하며 진보이념을 실현시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노 교육감은 유치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려고 한다. 4년전 진보이념으로 시교육청에 들어온 노 교육감은 그동안 많은 현상들을 변화시켰다. 당시엔 노 교육감이 진보 교육감이었지만, 재선으로 자신의 교육정책을 지켜할 지금은 보수 교육감이다.

노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좌-우 이념에서 좌로 쏠려 있는 게 맞다. 노 교육감은 “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강화인데, 노 교육감은 학원교습시간을 10시까지 제한하는 등 교육청이 가진 권한을 사용했다. 유치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 하려는 것은 좌파 정책에 가깝다. 학생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고, 누구나 공평히 경쟁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며, 학생인권 신장과 함께 교사들의 권리도 보호하려는 노 교육감의 교육은 진보적이면서도 좌파적이다.

그동안 노 교육감의 교육정책에서 이율배반적인 게 딱 하나 있었다. 전국 최초로 교육재난지원금을 세 차례나 준 것인데, 대상에게 직접 돈을 준 것은 우파적 정책에 가깝다. 노 교육감은 필요에 따라 좌-우를 넘나드는 정책을 추진했다. 노 교육감의 측근은 “지금 교육감은 많이 변했다”며 “이념에 치우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생각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은 맥락 면에서 진보 좌파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어서, 이를 무슨무슨 교육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교육은 이데올로기들이 충돌하는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에선 선명성이 필요하다. 노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뛰어넘는 후보자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선거는 치열해야 볼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교육감 선거가 아직은 잠잠하기만 한 것 같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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