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대형마트의 역할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대형마트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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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환경부는 생산·유통·소비 과정의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제품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보다 종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재활용하거나 처리하기 쉽다. 또 같은 제품이라도 과대 포장해 유통한다면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쓰레기 발생을 막을 수 없다. 반대로 포장 없이 필요한 물건만 낱개로 구매할 수 있다면 유통·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보장할 수 있다. 그래서 바이오 플라스틱, 재생원료 이용, 무라벨 페트병, 다회용 택배상자, 포장재 없는 점포 등이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순환경제의 핵심은 생산·유통·소비 과정의 변화다. 그러니 순환경제를 실현하려면 기업이 나서야 한다. 이것이 환경부가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기업을 위한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다.

필자도 전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면 소비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 선택, 즉 소비가 쓰레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가 전국 5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생협)와 함께 추진한 다회용 용기 보급, 플라스틱 포장 제거·경량화, 다회용 수송 포장재 전환 등의 시범사업은 친환경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선진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숙한 소비공간인 대형마트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다. 다행히 지난달 환경부는 전국 대형마트 5개 사 96개 점포와 함께 “양파 낱개 판매 시범행사”를 실시했다. 울산의 이마트, 롯데마트, 농협하나로, 홈프러스, GS더프레시 등도 참여해 반가웠다. 하지만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는 시범행사여서 아쉬움이 컸다.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대형마트의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성남시와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함께 추진한 자원순환가게나 제로마켓은 지속성을 담보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성남시는 시민이 가져온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세분화해 개수와 무게를 측정하고 모바일 성남사랑상품권으로 보상하는 자원순환가게를 전국 최초로 이마트 분당점에 입점시켰다. 장을 보러 온 소비자가 재활용품도 분리배출하고, 무게만큼 상품권으로 보상받으니 대형마트가 단순한 소비공간이 아닌 순환경제를 실천하는 재생공간이 된 것이다. 또 서울시는 시내 10개 매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세제, 샴푸, 화장품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의 무게를 달아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는 제로마켓(포장재 없는 점포)을 입점시켰다. 6개월간 운영될 제로마켓은 쓰레기 감량을 위한 소비문화 정착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대면 소비처인 대형마트의 이용횟수는 월평균 11.0회로 코로나 이전 11.3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의 소비 습관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으며, 대형마트가 얼마나 친숙한 소비공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생각된다. 바꿔 말하면, 대형마트는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폭제나 거점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대형마트의 자발적 참여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익숙하지 않은 작은 불편함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결국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봐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탄소중립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기업의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지역보다 먼저 울산의 대형마트가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친환경 소비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주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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