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순(舜)임금 그리고 도척(盜蹠)
닭과 순(舜)임금 그리고 도척(盜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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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한 울타리 안에서 사는 백봉(白鳳) 한 쌍이 일 년 내내 새벽 알리는 일을 되풀이한다. 닭은 잠을 깨우는 나팔수나 도량석(道場釋)하는(=새벽예불 올리는) 부전스님 같은 존재이자 노인의 안정된 삶을 도와주는 가금이다. 맹자는 “노인은 70세에는 고기가 아니면 배부르지 못하니…암탉 다섯 마리를 기르면 늙은이가 고기를 잃는 일이 없다.”고 했다. 노인일수록 단백질 음식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닭은 가금화(家禽化) 이후 인간에게 시간을 알려주고 알과 고기와 깃털을 제공하는 공생(共生)의 동반자다.

‘순(舜)임금’은 중국 태고(太古) 때의 천자다. 요(堯)임금~순임금 대를 일컬어 ‘요·순 시대’라고 한다. 비로 말하자면 때맞추어 내리는 감우(甘雨)·시우(時雨)와 같은 임금들이다. 전설적 성군 요임금이 어느 날 민심을 살피러 길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含哺鼓腹擊壤) 흥겹게 노래 부르는 한 늙은 농부를 만났다. 농부가 부른 노래는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전하는 ‘고복격양가(鼓腹擊壤歌)’다.

도척(盜蹠)은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 도적(盜賊)이다. 도척은 ‘도척의 개(盜蹠之犬=도척이 기르는 개)’ 이야기로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도척의 개는 주인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먹이를 주는 사람이어서 꼬리를 흔든다. 개는 먹이를 주는 이가 공자든, 도둑이든 가리지 않고 짖는다는 뜻이다.

닭과 순임금과 도척을 통해 선(善)과 의(義), 이(利)와 이익(利益)을 구별할 수 있다. 닭은 한평생 새벽을 알리고 고기와 알, 깃털로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고마운 동물이다. 맹자는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선행하는 자는 순임금 무리”라고 했다. 부모는 닭이 울면 일어나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선을 행하므로 당연히 ‘순임금 무리’에 속한다.

그렇다면 도척은? 도척은 이익을 좇아 활동하는 사탄이다. 사탄은 최상의 선으로 가장한 것을 명분이라고 내세운다. 도척과 도척의 개는 사회, 조직, 도시 심지어는 산에도 존재한다. 이(利)와 이익(利益)을 추구하는 자는 주군에 대한 협견첨소(脅肩諂笑) 하는(=비위를 맞추려고 어깨를 들어 올려 아첨하며 웃는) 것이 마치 뿔 달린 짐승이 머리를 땅에 대듯 조아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떨잠이 흔들리듯 아양을 떨지만, 선하고 의로운 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초심을 잊었다면, 현재 자신이 후투티 머리 깃으로 이타(利他) 시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궁쥐의 따뜻한 피를 못 잊는 벼룩의 자리(自利)를 흉내 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선과 의는 객관적 사고와 실천이 그 바탕인 데 반해 이와 이익은 주관적 고집과 이성이 아닌 감정이 그 바탕이다.

맹자는 다시금 말한다. 이(利)에 완벽한 사람은 흉년(凶年)도 그를 죽이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利)는 과녁과 정도(正道)에서 빗나가고, 벗어나고,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선과 이의 실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치와 이익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선을 우선시하는 공(公)은 숙(淑)이기 때문에 가치이고, 측근의 밥숟가락을 크게 하고 국을 길게 마시게 하는 것은 이익이기 때문에 사(私)이자 절(竊)이다.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이 목에 핏대를 올리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단언컨대, 무엇이 가치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안일한 생각과 말 잔치, 전문성을 망각한 인정적 접근 따위를 멀리하지 못하는 예비후보라면,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게 좋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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