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
꿈꾸는 아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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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는 단어의 뜻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을 때가 있다. 비슷한 단어라면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행위’와 ‘활동’이라는 단어는 그 뜻이 다르지만 둘 다 ‘움직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두루뭉술하게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교육학자 피터스는 ‘행위’는 목적이나 의식 없는 움직임, ‘활동’은 의도적·계획적 움직임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비슷해 보여도 그 뜻은 결정적 차이가 있는 단어의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표’와 ‘목적’, ‘속력’과 ‘속도’도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예시들은 단어의 뜻이나 글씨의 모양새가 비슷해서 누구라도 쉽게 착각할 수 있다. 문제는 뜻도 글씨 모양새도 전혀 다른 단어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다.

얼마 전 복도를 지나가던 학생이 나에게 인사를 꾸뻑했다. 나는 반갑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반가워, 그런데 얘야, 너는 꿈이 뭐니?” 학생은 잠시 망설이다 쑥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네? 제 꿈은 대기업 회사원이요.” 그 학생이 쭈뼛하지 않았다면 나도 대수롭잖게 지나갔을 텐데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이상할까?’ 그러는 사이 그 학생은 나를 스쳐 지나갔고, 그때 나는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나는 꿈을 물었는데 그 아이는 직업을 답한 사실이다.

‘꿈’과 ‘직업’은 분명히 글자도 뜻도 다른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득 몇 해 전 진로교육 연수를 받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연수 담당자는 진로교육이 직업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진로교육’과 ‘직업교육’의 차이를 잘 몰랐다. 돌이켜 보면, 그 담당자는 ‘진로’와 ‘직업’은 뜻이 다르니 ‘진로교육’ 때 ‘직업체험’이나 ‘직업교육’은 하지 말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또 과거에는 생활기록부 ‘진로사항’ 난에 대부분 직업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이 또한 ‘진로’와 ‘직업’의 뜻을 혼동해서 벌어진 에피소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꿈’과 ‘진로’와 ‘직업’을 같은 뜻으로 잘못 알고 사용해온 셈이다.

왜, 이런 오류가 생겼을까? 여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다. 이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하게 여겼고, 출발이야 어찌했든 결실이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유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은 꿈을 꿀 기회가 사라졌고, 어찌 보면 꿈을 꿀 권리조차 빼앗긴 것이다.

간혹 자신의 꿈을 밝히는 학생도 더러 있지만, 어른들은 이를 타박하기 일쑤다. 일론 머스크의 어릴 적 꿈이 주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꿈에서 나아갈 길을 분명히 보았고, 결국은 자신의 꿈을 착실히 실현해 나가는 엄청난 사업가가 되었다. 사실,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열매도 없는 것처럼, 꿈이 없으면 나아가야 할 길(진로)이 없고, 길이 없으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 도리도 없다.

학생들에게 살고 싶은 세상을 꿈꿀 기회를 돌려주도록 하자. ‘꿈을 꾼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여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가 있어야 하고 싶은 활동이 있고,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꿈’ 없이 ‘진로’만 있는 것도 문제고, ‘꿈’ 없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이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알 길이 없고, 자신의 직업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곧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더 늦기 전에 ‘꿈’의 뜻을 음미해보고, 학부모님들에게 ‘꿈’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우리 학생들에게는 꿈을 심어주도록 하자.

심문규 다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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