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울산 문화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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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끝없이 진화하는 유기체다. 문화는 개개인의 일상적 삶은 물론 사회생활 전반에 스며있어서 한 지역의 문화 활성화 과제를 풀어나가려면 범(汎)사회적 공감대가 바탕이 된 목표 설정과 그 실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적 계획 없이 전시·공연·축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여러 가지 간헐적 문화 행사나 미약한 재정지원만으로는 문화 활성화 과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울산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많았고, 친환경 자연생태계 복원과 같은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이제는 활력 넘치는 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는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인구 감소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 사례는 울산 문화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깊게 만든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이야기다. 늑대로 인한 농가 피해가 우려되자 사람들은 늑대를 포획했고, 그 결과 늑대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지자 초식동물이 늘어나고, 식물들이 사라지면서 황폐화가 가속화되었다. 그런데 그 황폐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과 14마리의 늑대를 풀어 놓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사라졌던 동물들이 다시 찾아오고, 식물들이 자라나고, 심지어 강의 흐름이 바뀌는 등 지형 변화까지 생기면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즉, 인간의 짧은 안목으로 초래된 환경 파괴가 자연의 섭리로 치유됨을 보여 준 사례다. 이 사례에서 울산의 문화 생태계 활성화의 답이 찾아진다.

거듭 말하건대 문화는 생물이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인다.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의 삶 속에 뿌리내리며 계속 진화하는 생명체 바로 문화인 것이다. 울산에 잠재된 풍부한 문화를 현재에 꽃피우려면 이제까지의 역사와 함께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울산시민들의 정서와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고군분투하는 활동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에 대한 연구와 교감 없이 뽐내기 식 또는 천편일률적 구색 맞추기 식 문화행정과 이벤트로는 ‘보잘것없는 지방의 변두리 문화’라는 인식을 바꿀 수 없다. 대개의 지자체에서 지역 문화에 대해 지원하고 있음에도 그 효과가 미미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는 울산 문화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문화 생태계 복원’이라는 기치 아래 지역 문화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성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지금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문화인프라를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개인 간의 대화처럼 기관 간의 소통이 수월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적 전략을 짜야 한다. 울산의 각 구·군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공공 문화공간들이 저마다 소통의 구조체로서 서로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시민들이 활동의 주역이 되어 다양한 담론을 형성시켜야 한다. 그래야 울산은 여러 특색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문화 복합체가 되고, 시민 문화복지가 구현되고, 삶의 품격이 높아진다.

오늘날 초정보화 사회의 첨단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데 매우 유효하다. 대면, 비대면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 울산 어디에서나 언제나 원하는 대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시민 문화복지가 앞당겨지고 세계적 문화도시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울산 문화 생태계의 활성화가 울산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울산 문화예술인들의 창의적 활동을 통해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승훈 전 울산시 문화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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