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기회, 그리고 시부지기(時不至起)
때와 기회, 그리고 시부지기(時不至起)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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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한평생 살이에서 좋은 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궂은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짐승의 일생에는 살기 위한 먹이 찾기와 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위해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 짐승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도 입고, 먹고, 잠자는 일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수도자도 마찬가지다.

짐승, 사람, 수도자뿐만 아니라 식물도 그렇다. 대나무가 죽순으로 자라 밟히고 뽑히는 것은 해마다 있는 일이다. 때로는 솎아 베어지고 불에 타기도 하면서 자연수(自然壽)를 채우지 못한다. 사람의 인생도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번갈아 일어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도자는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라고 읊었고, 가수는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라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삶을 허망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세상은 생물과 무생물에 때와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때와 기회를 얻기 위해 꾸준히 실천하고 노력해야 하고 돌 또한 초석으로 선택받기 위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때와 기회는 모두에게 찾아온다. 때와 기회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해 아래서 다른 것을 보았는데, 빠른 경주자라고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운 자라고 음식을 얻는 것이 아니며, 명철한 자라고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고, 지식 있는 자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때와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기 때문이다.”(전도서 9장 11절)

성경의 내용은 빠른 경주자, 용감한 전사, 지혜로운 자, 명철한 자, 지식 있는 자 등 돋보이는 자라고 해도 성취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오히려 때와 기회를 슬기롭게 맞추고 행동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와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올 뿐만 아니라 날짐승인 새는 물론 물고기에게도 찾아온다.

성경은 이어 때와 기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대저 사람은 아무도 자기의 때를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가 재앙의 그물에 걸리고 새들이 덫에 잡히는 것처럼 사람들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재앙의 때를 피할 수 없느니라.”(전도서 9장 12절).

“사람은 아무도 자기의 때를 알지 못하여”라는 성경의 기록은 때가 아닌데도 일어나 버리는 ‘시부지기(時不至起)’란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시부지기’는 ‘타이밍’으로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나 필요한 말이다. 시부지기란 말의 뜻을 알지 못하면 그물에 걸린 새와 물고기처럼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이를 조선 후기의 불교학자 김대현(金大鉉)은 《술몽쇄언(述夢?言)》〈어조(魚鳥)〉에서 다음처럼 기록하고 있다.

“새그물에 걸린 새는 스스로 자기 발가락을 움켜쥐고 죽을 때까지 펴지 않으며(?羅之鳥 自拳其足),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스스로 제 주둥이를 그물눈에 꽂고는 죽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다(觸?之魚 自揷其嘴).” 때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시부지기 하면 그물에 걸린 새와 물고기처럼 죽음뿐인 헛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에서든 오래 계속되는 준비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근심할 것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의미와 같을 것이다. 준비는 탁상공론(卓上空論)과 지상담병(紙上談兵)과는 다르다. 현장에서의 꾸준한 실천이 오래 계속되어야 한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대선(大選)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실천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국민과 유권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후보자는 물론 도와주는 사람들 역시 침착한 마음가짐과 신중한 행동으로 언행을 후보자와 함께해야 한다. 누구나 확실했을 때를 알지 못하고 적당한 기회를 얻지 못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서는 어리석은 행동을 삼가야 한다. 광야의 시련은 준비와 기다림이다. 누구나 좋다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바른 것이 좋은 것임을 마음에 새기며 행동해야 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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