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이 학교… 코로나 시대 ‘작은학교’의 재발견
온 마을이 학교… 코로나 시대 ‘작은학교’의 재발견
  • 정인준
  • 승인 2022.02.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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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교육지원청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폐교는 3천855교에 이른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의 초?중?고 학생수가 600만명 이하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울산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울산 남구와 울주군 지역에 학생 수 100명 이하로 소멸 위기에 당면한 학교는 10여 개에 달한다.

‘작은학교’가 처한 어려움은 마을 공동체의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35개의 학교가 폐교됐다. 농어촌 지역에 소규모 학교가 없어지므로 인해 학령기의 자녀를 둔 젊은층의 유입을 막고, 노인들만의 거주지로 전락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작은학교를 재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규모가 큰 학교들이 밀집도를 이유로 원격수업을 병행할 때 작은학교는 전면 등교를 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와 마을은 공생관계로 이어진 교육공동체가 됐다.

강남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울주군과 남구의 소멸 위기에 있는 작은학교들을 대상으로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두서초, 명산초, 반곡초, 삼동초, 삼평초, 장생포초, 척과초 등 총 7개 학교다. 올해에는 울주군 9개, 남구 5개 등 총 14개 학교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강남교육지원청이 운영한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 위기에 처한 울산의 작은학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장생포초등학교의 ‘마을로 내려간 교실’
장생포초등학교의 ‘마을로 내려간 교실’

◇장생포초, 마을로 내려간 교실 이야기

장생포초등학교는 울산에서 가장 작은 학교 중에 하나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3.7명이다. 다른 학교와 같은 크기의 교실에 5~8명의 적은 학생들이 학습공간 이외에 놀이 공간, 모둠 활동 공간, 독서 공간 등이 갖춰진 쾌적한 교실에서 학습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서너가지씩 특기를 갖고 있다. 골프, 탁구, 그림그리기, 요리, 악기 등 무엇이든 소질을 찾아 즐겁게 학교에 다닌다. 개인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지원 활동 때문이다.

전교생 돌봄교실 참여는 물론, 방과후 교육비와 각종 교육활동 참여비가 지원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다. 또 각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과 복지 혜택이 많아 교육공동체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전교생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선도적으로 실시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작은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로 내려간 교실’을 운영했다. 장생포의 고래문화마을, 장생포문화창고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 연주 발표회 등을 했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위한 노력 외에도 교육공동체 주체들이 모두 함께 학교 홍보와 학생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각종 지원도 잇따랐다. 울산시교육청의 ‘작은학교 지원 사업’, 남구청의 ‘서로나눔교육지구 사업’, 강남교육지원청의 ‘작은학교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과 인근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후원, 학부모들의 협력과 참여, 교원들의 전문성과 열정이 어우러져 학교를 다시 살려냈다.

2019년 4학급 전교생 21명이였던 학교가 3년 사이 6학급 32명으로 학생 수가 150% 이상 늘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삼평초등학교 ‘담장에 벽화그리기’
삼평초등학교 ‘담장에 벽화그리기’

 

◇삼평초, 행복이 움트는 마을교육공동체

삼평초등학교는 2천145㎡(650평) 규모의 드넓은 학교텃밭이 자랑이다. 이 곳에 학교는 지난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블루베리, 고구마를 심고 수확해 전교생과 가족들이 함께 나눠 먹었다. 황량했던 땅이 생기 넘치는 텃밭으로 변해가며 학생들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삼평초는 지난해 ‘행복이 움트는 삼평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주제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운영했다. 울주군 온산읍 삼평리에 위치한 삼평초등학교는 6학급, 전교생 50명 남짓한 소규모 학교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마을탐방, 텃밭, 벽화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진행했다. 이 세가지 주제 모두 마을교사들이 적극 참여했다.

마을 탐방 프로젝트는 봄, 가을 두 차례 마을교사의 설명으로 마을 및 학교의 역사, 환경, 지리적 특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마을에 젊은 인구가 유입되지 않아 고령화된 마을 주민들은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어린 학생들과의 활동을 통해 활력소가 됐다.

학교텃밭 프로젝트는 학생, 학부모, 마을이 함께하는 기회였다. 농사가 서툰 학생과 학부모는 마을교사들로부터 농사지식을 전수 받았다. 마을 어른신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벽화 프로젝트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땀을 흘린 작업이었다. 지역사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안을 완성해 교육공동체가 함께 벽화를 그렸다.

우태길 교장은 “이전까지 학구의 특성상 그동안 학교와 마을 간의 교류가 매우 부족했었지만 지난 1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교와 마을이 많이 가까워졌다”며 “2022년에도 역시 온 마을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반곡초등학교의 ‘반구대 옛길탐사’ 모습.
반곡초등학교의 ‘반구대 옛길탐사’ 모습.

 

◇반곡초, 반구대 역사 마을 속의 작은 미래학교로 거듭나기

울산의 국보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 2개를 학구에 품은 반곡초등학교는 1947년 개교해 대곡분교장까지 거느렸던 반구대 학교다. 1965년 사연댐 건설로 대곡리 쪽의 마을이 물에 잠기고, 2010년 고속전철이 마을 중심을 지나며 학교와 마을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현재 통학구역 내 신입생이 2명, 전교생 45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가 됐다.

반곡초는 2020년 학교단위 공간혁신사업을 시작하면서 학교와 마을이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공간혁신 공사가 끝나는 올해 7월 말, 학교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교실구조와 체육관을 비롯한 다양한 특별실 그리고 학교 사택의 마을교육공동체 센터 역할을 하는 늘품 카페가 새롭게 선보이게 된다.

또한 2020년도부터 시행한 공동통학구역(언양초등학교 학구)은 공간혁신과 더불어 학생 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인 반곡초는 시설혁신과 더불어 농촌에 위치한 자연학교 생태학교 그리고 미래교육의 모델학교로 교육혁신과 더불어 학교와 마을이 함께 상생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학교로 거듭나게 된다.

학교 사택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탄생하게 될 늘품카페는 학교와 마을이 더불어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카페기능과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수공예 DIY용품 판매 공간이 된다.

이와 함께 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마을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미니책자(지도)를 제작해 카페를 방문한 손님을 위해 학교 주변의 한적하고 옛스러운 마을 둘레길을 소개할 계획이다.

옛날 포은 정몽주 선생과 조선시대 선비들이 반곡천을 따라 드나들었던 반구대 옛길을 복원하고, 이를 울산시민들에게 알려 찾아오는 반곡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울산형 혁신학교인 서로나눔학교도 시작해 마을과 지역 속에서의 학교가 새로운 역할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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