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수업하기
2월에 수업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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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월의 학교는 영화관이나 다름없었다. 수업하기가 참 애매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12월 중순이 되면 기말고사가 마무리된다. 기말고사를 치는 각 교과에서는 시험 이후에 할만한 부분을 조금 남겨놓고 진도를 나간다. 아이들이 기말고사 시험에 들어가는 내용까지는 열심히 외우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다음 학년의 수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게 하려고 중요한 내용은 기말고사 전에 다 가르치게 된다.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난 그다음이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났으니 공부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펴라고 할 때 비치는 아이들 눈빛에서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은 간혹 ‘선생님, 시험 끝났는데 놀아요’라는 말을 꺼내기도 한다. 그런 말 속에는 ‘공부하는 이유가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인데, 시험을 다 쳤으니 더 이상 공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자유학년제가 생기면서부터 지필형 평가가 없다. 즉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5지 선다형’ 객관식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가는 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객관식 시험처럼 배운 내용을 한 번에 몰아서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그 때문인지 1학년의 경우에는 12월 말까지 다른 학년보다 수월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도 2월이 되면 수업하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2월에는 등교하는 날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등교를 대체로 일주일 정도 하게 된다. 그런데 몇 시간 안 되는 분량을 딱 맞춰서 남겨놓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학년 말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과 같은 행사들이 많이 잡히기 때문에 예상했던 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게 된다. 진도 계산이 잘 안 맞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학사일정을 아예 1월을 넘겨 가면서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1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진행하고 3월에 개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시교육청에서는 학교별로 ‘꿈과 끼 탐색주간’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기말고사 이후부터 방학할 때까지를 ‘교육과정 운영 취약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기 중에 하기 어려웠던 학생 체험형 활동이나 진로교육과 같은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자는 것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음악회나 인권교육, 그리고 생명 존중 교육과 같은 여러 가지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수업과 배움에 대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없이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수업과 배움을 더 나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할 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교육의 목적을 ‘교육을 통해 성공하거나 더 좋은 학교에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적 경험을 통해 더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을 통해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면서 성장하는 습관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창규 고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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