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올 세상을 대비해야 할 것들
다음에 올 세상을 대비해야 할 것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0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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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년특집 4부작 <다음이 온다>가 방송되었다. 지난 1월, 매주 목요일 저녁에 선보인 이 방송은 4인의 전문가가 4주에 걸쳐 차례대로 진행했다. 제1강 <추격 시대, 그다음이 온다>는 이정동이 ‘기술패권 경쟁’을, 제2강 <30년 성장률 추락을 넘어>는 김세직이 ‘제로성장 극복을 위한 준비’를, 제3강 <에너지 피크아웃, 돈의 흐름이 바뀐다>는 홍종호가 ‘에너지 대전환’을, 제4강 <흩어지는 세계, 협력의 가치>는 정범구가 ‘위기를 맞은 다자주의 극복’을 강의했다.

제1강 <추격 시대, 그다음이 온다>는 ‘기술주권’이 핵심이다. 대한민국은 과거 60년간 추격 전략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는 추격의 시간이 끝나가니 다음 세계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기술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에 중국은 강력한 도전자다. 우리에게 글로벌 기술주권이 있을 때 세계의 종합 퍼즐 판에 끼어들 수 있다. 그러니 기업도, 정부도 우리가 제시할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제2강 <30년 성장률 추락을 넘어>는 제로성장 위기 극복 전략이다. 세계 10위 경제 규모, 수출 6위와 수입 9위의 무역 강국인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제로성장을 넘어 역성장 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경고음까지 들린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의자는 모방에서 창조로 가는 전략적 해결책으로 자본주의 체제 대전환, 세금정책, 교육개혁, 노동개혁, 새로운 시대 리더의 자질 등을 변인으로 제시한다.

제3강 <에너지 피크아웃>은 에너지 대전환 문제다. 백 년간 석유가 세계 경제 질서를 움직였다. 그 결과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에 이어 폭우와 태풍을 유발했고, 기후 솔루션 문제가 부각되었다. 'RE 100'은 탄소중립을 위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만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EU는 한국의 석탄발전소 투자를 철회했다. 기업들은 이제 탈(脫)탄소 경영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하다. 그린에너지로의 대전환 시대에 한국은 거의 꼴찌 수준이다.

제4강 <흩어지는 세계, 협력의 가치>는 위기의 다자주의 복원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협정 탈퇴 선언으로 자국 이기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 역동하는 경제와 문화로 협력의 가치 복원에 기여해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는 타협과 협력, 경청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자국은 물론 전 세계의 총리가 되었다. 한국도 메르켈 같은 뛰어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네 차례의 강의는 각각 특성이 있다. 그러나 네 가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맞물려 있다. 기술주권이나 제로성장은 경제문제고, 그린에너지와 다자주의 복원은 환경문제다. 그런데 전체를 통합하면 ‘탄소중립’ 즉 ‘탈 탄소’로 축약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슈이자 키워드인 ‘탈 탄소’가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동산과 주식에 밀려 그 중요도가 밀려나 있다.

지난 3일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탈 탄소’ 문제가 급부상했다. 구체적 용어는 ‘RE 100’과 ‘EU 텍소노미’다. ‘RE 100’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것이고, ‘EU 텍소노미(Taxonomy)’는 EU(유럽연합)가 정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원전과 천연가스를 그린에너지로 분류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RE 100’과 ‘EU 텍소노미’는 이제 일반 시민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토론회 다음 날, EU는 텍소노미 확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원전이 그린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2045년까지 건설 허가 취득, 원전 건설 계획과 조달 자금 확보,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 안전시설 공간의 자국 내 보유”가 그것이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그린에너지 생산 비율은 여전히 낮다. 생존이 불가능한 좌초자산을 줄이는 에너지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매우 암담할 수밖에 없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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