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결국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결국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이상길
  • 승인 2022.02.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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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개개인의 취향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냥 제말만 들으시길. 영화로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시리즈 가운데 최고는 단연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처음 영화화된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바로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맨 역을 맡았는데 2002년 1편 이후 2004년 2편, 그리고 2007년 3편이 각각 개봉했더랬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2004년 6월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2편이 단연 발군인데 소위 스파이더맨 덕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2012년부터 마크 웹 감독에 의해 리부트(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새롭게 시작하는 것)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2017년부터 존 와츠 감독에 의해 다시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시리즈 통틀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하. 2004년 6월이라. 그랬다. 그 시절 우리는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과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가졌었더랬다.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뭐라고욧? 공감 못하시겠다고요? 내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준비했다. 지금부터 왜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 그 중에서도 특히 2004년 6월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2편이 최고인지 당신을 설득시켜보겠다. 안됨 말구.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현역 스파이더맨인 ‘톰 홀랜드’와 함께 예비역인 ‘앤드류 가필드’, 또 최초의 스파이더맨이었던 ‘토비 맥과이어’가 몽땅 출연한 <스파이더맨:노웨이 홈>은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에 대한 오마주(영화에서 특정 작품의 장면 등을 차용해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로 가득 차 있다. 아니, 오마주를 넘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점점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처럼 되어 가면서 존경심을 표현해가더라. 그러니까 점점 진지하고 무거워져 갔던 것.

사실 세 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각자만의 특색이 다 있다. 처음 영화화된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명대사가 지배하는, 그야말로 가장 무겁고 고뇌로 가득 찬 스파이더맨이었다. 이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리부트된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하이틴물의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해 극중 그웬(엠마 스톤)과의 청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은 영화를 통해 실제 연인으로 맺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시리즈인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그냥 그를 애 취급하면서 시작한다. 바로 소년 스파이더맨으로 그의 성장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1편의 부제가 ‘홈커밍(Homecoming:집으로 돌아오다)’, 2편이 ‘파 프롬 홈(Far From Home:집에서 멀어진)’, 이번에 개봉한 마지막 편이 ‘노 웨이 홈(No Way Home:집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으로 마치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둥지를 완전히 떠난 그 모습은 영락없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었다. 결국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가르침만 남았던 것. 그렇게 이전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 리부트 작품들의 콘셉트를 달리했지만 결국 최고는 처음 만들어진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거기다 마치 동창회가 열리듯 역대 빌런(악당)들까지 총출동하는 이번 작품에서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편에 등장했던 닥터 옥타비우스(알프리도 몰리나)가 돋보이는 설정은 2005년 6월에 개봉했던 그 작품이 가장 명작임을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이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지하철을 맨손으로 멈추는 장면은 슈퍼히어로 무비사에서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다시 봤는데 또 눈물이 찔끔 나더라.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을 최고로 꼽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이 대사 때문이다. 영웅 노릇이 힘들어 스파이더맨을 그만둔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메이 숙모(로즈마리 해리스)의 이사를 돕게 되는데 거기서 옆집 꼬맹이 헨리를 만나게 된다. 헨리는 얼마 전부터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 스파이더맨의 근황을 피터에게 묻게 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숙모는 피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헨리 꿈이 뭔지 아니? 스파이더맨이야. 어린 눈에도 영웅을 알아본 게지. 세상에 누가 나 같은 늙은이를 구하려고 그렇게 날아다니겠니? 그리고 아이들에겐 영웅이 필요한 법이야. 우리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용기 있고 희생적인 사람들. 모두들 영웅을 사랑하지. 영웅을 위해 모이고, 영웅의 이름을 부르지.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잠깐이라도 그 영웅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빗속에 서 있었던 걸 추억하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 안에도 영웅은 있단다. 우리를 정직하게 하고 힘을 주고 고귀하게 만들며 죽는 순간 부끄럽지 않게 해주지. 그것은 가끔 가장 원하는 걸 포기하게도 하지. 설령 꿈이라도 말이야. 헨리에게 스파이더맨은 그런 사람이야” 이래도 공감 못하시겠다고요? 몰라요. 나도 이젠. 칫. 2021년 12월 15일 러닝타임 148분.

이상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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