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세계시민 교육’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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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소비하는 게 지구 반대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소비로 이유 없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는 나만이 아닌, 지구를 생각하고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책임 있는 소비와 사고를 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교육청 노옥희 교육감이 말한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에 대한 해석이다. 노 교육감은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교육 방향을 ‘생태적 세계(민주)시민 교육’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생태적’이란 자연계의 먹이사슬과 같은 생태계를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인류의 삶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해결하는 전주기적 인간을 육성한다는 뜻이다. 좁게는 개인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고, 넓게는 국민 또는 세계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인용한 노 교육감의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에 대한 해석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실용적 교육철학을 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북구청에 장애인 도보환경 개선을 겨냥한 정책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그룹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의 결과를 편지에 써서 이동권 북구청장에게 전하면서 ‘장애 인식 개선’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장애인이 돼 마을 주변을 걸어보며 꺼진 인도나 볼라드, 도로경계석이 장애인의 통행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렸다. 장애인 친구를 위해 사회문제로 접근했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결과 북구청장은 학생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개선책 마련을 담당부서에 주문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체험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한다. 이들의 작은 ‘날갯짓’이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2019년 2월에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교육철학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시교육청은 초기의 ‘생명과 안전’에서 ‘연대와 협력’, ‘교육회복’이란 가치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러한 교육 방향은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울산교육정책연구소는 ‘생태적 세계시민’이 공공선 및 생태적 가치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생태적 세계시민은 개인의 존엄과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공공의 가치와 전통, 생태적 가치를 동등하게 여긴다고 했다. 생태적 기반 위에서 공동체와 연대하는 가운데 개인의 자율과 책임의식을 다하려는 시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생태적’이란 단어가 다소 낯설 수는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생태적 삶이나 생태적 가치에 대한 논리가 이미 정립된 상태다. 시교육청은 ‘생태적’이란 개념 도입을 통해 더욱 포괄적 함의를 지닌 교육철학을 확장하고 있다.

생태적 세계시민 교육은 3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학생들이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기르고 타자에 대한 연민의 태도를 가지도록 유도하는 ‘생태적 가치에 기반한 교육체계’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집단지성으로 돌봄과 복지의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연대하는 교육공동체’다. 셋째는 개인의 고유성과 주체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갖춘 민주시민’이다.

울산교육의 방향을 보면 올해 무엇이 중요한지가 보인다. 시교육청이 많이 쏟아내는 정책 흐름의 맥(脈)은 조금은 낯선 ‘생태적 세계(민주)시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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