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은 자기성찰 부족 때문
‘내로남불’은 자기성찰 부족 때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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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날 때는 자기소개와 함께 가장 먼저 악수를 한다. 초면이든, 매일 만나는 사이든 악수는 가장 간단한 인사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다. 이 악수를 통해서 많은 생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뜻하고 편안한 악수가 있는가 하면, 너무 차갑거나 혹은 습기에 젖어 있어 위화감을 주거나 심지어 깜짝 놀라게 하는 혐오 반응까지 보일 때도 있다. 이처럼 악수 한 번으로도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악수할 때 손에 오는 감각을 통해 뇌와 연동시켜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상대의 인간성을 평가하는 데 큰 착오가 없는 듯하다. 인간은 상대의 말투, 몸짓, 체취, 행동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본능적으로 수집하고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판별한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관찰과 분석은 필수다. 사람은 상대의 외모가 아름다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인데도, 더없이 친한 사이처럼 잘 지내는 커플이 있다. 용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전체적 분위기에 끌려 사랑하게 된다. 우리 뇌는 무의식중에 눈, 소리, 촉감 등으로 이성의 생체 정보를 풀이해 자신의 생체 반응 상성(相性)과 비교한다.

나이가 들수록 ‘보기에 참 좋다’는 이미지를 주는 분들이 있다. 나이든 연예인 중에는 젊을 땐 그저 그랬는데, 육십이 넘어서 얼굴에 윤기가 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가 여럿 있다. 물론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분의 노래를 듣노라면 따스한 감정까지 보태져 마음이 더 편해진다. 연기자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어떨 땐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가증스럽게도 연기할 줄을 안다. 연기에 몰입할수록 연말에 좋은 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수는 다르다. 노래는 기교가 늘어 잘할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풍기는 맛은 전혀 다르다. 단지 노래만 잘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도 함께 판단한다. 그들은 대중에게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 공인은 정치인이다. 그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윤리관, 가치관, 그리고 자기 말에 대한 책임 등이 요구된다. 그 잣대에는 눈높이가 다를 수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내로남불(naeronambul)’을 이중 잣대(double standard)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 특권층의 이중 잣대란 의미다.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거엔 사뭇 달랐다. 로마자로 표기한 첫 번째 한국어는 불고기(bulgogi)다. 김치(kimchi), 소주(soju), 온돌(ondol)도 그렇다. 우리 문화를 그대로 알파벳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류 붐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분에 오빠(oppa)는 세계인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한국어가 됐다.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다 보면, “저분이 참 좋은 분이었는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대화를 나누면서 더 깜짝 놀란다. 지금까지 알던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변한 모습을 보게 될 때다. 그 이유가 뭘까? 어느 순간 자기성찰을 게을리하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성찰에는 절대 끝이 없다. 그런 모습은 곧 자기관리 실패를 뜻한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찰은 사람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해가 바뀌면 나이는 저절로 쌓이지만, 나이가 ‘잘’ 들어 젊은 시절보다 멋있는 사람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멋진 여자, 멋진 남자가 되기보다 멋진 인간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무엇이 사소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쉬이 알게 된다. 나는 여태껏 ‘잘’ 살았는지, 나이는 ‘잘’ 먹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삶을 휘저어 놓았다. 그런 까닭에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임인년(壬寅年)에는 더 ‘잘’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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