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물원 원숭이’가 된 캠핑객
[기자수첩]‘동물원 원숭이’가 된 캠핑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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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이 지난해 개장한 출렁다리를 타고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달 개통된 울산-부산 광역전철을 타고 온 부산 시민들마저 울산 방문 목적이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이달 들어서는 울산시립미술관 개관과 함께 공원 내 옛 울산교육연수원 건물에 시립미술관 소장품 전이라는 특별전시회까지 열리면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바다를 낀 단순한 휴식공간에서 그야말로 관광지다운 면모를 갖춰 가고 있는 모습이다.

2020년에는 동구가 대왕암공원 오토캠핑장 끝부분과 슬도를 잇는 둘레길 주변의 불법 경작지를 말끔히 정비해 1만2천㎡의 대규모 유채꽃밭을 조성했다. 봄이면 뛰어난 바다 절경 옆으로 돌담길과 노오란 유채꽃밭이 장관을 이뤄 ‘제주도 못지않은 명품길’이라며 방문객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동구는 이 명품길에 체험형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출렁다리와 연계한 이색 관광콘텐츠로 깡통열차와 관광투어용 전기자전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왕암공원과 고늘지구의 일산수산물판매센터를 잇는 길이 1.5km의 해상케이블카와 체험시설인 짚라인이 설치된다. 2024년까지는 고늘지구 일원에 스카이워크도 추진된다.

알고 보면 울산시와 동구가 대왕암공원을 중심으로 울산 관광지도의 덩치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추진 중인 대왕암공원 관광지 지정까지 순탄하게 이뤄진다면 태화강 국가정원 위주의 지역 관광 판도는 동구 대왕암공원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원 개발 이면에는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대왕암공원과 슬도 사이의 오토캠핑장 이용객들이다. 캠핑장 양옆으로 일반인을 위한 산책길이 나 있지만 외부인 통제 장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캠핑장 안쪽 길을 지름길 삼아, 산책길 삼아 걷는 이들로 캠핑객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휴식을 즐기려고 찾았지만 이른 새벽에 라디오를 켠 운동객부터 반려견 산책인, 단체관광객, 심지어 텐트 안을 들여다보고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들까지 ‘사생활 침해’가 다반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관광지 한편에 일부만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자리잡다 보니 생긴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대왕암공원이 관광 덩치를 불릴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앞으로 대왕암공원에 들어서는 관광시설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오토캠핑장 이전을 고민해 봐야 한다. 주전이나 공원의 다른 곳도 좋다. 캠핑장을 옮기고 난 자리에는 관광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공원과 슬도 사이 1만3천여㎡의 캠핑장 용지를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어떤 시설이 좋을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다.

김원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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