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당당한 사회인 자립 목표 향해 ‘아름다운 동행’
[교육기획] 당당한 사회인 자립 목표 향해 ‘아름다운 동행’
  • 정인준
  • 승인 2022.01.17 22: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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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 올해 달라지는 특수교육 정책특수교육 예산 작년 대비 20% 증액된 ‘123억여원’제3특수학교 건립 박차… 교육환경 개선 적극 투자방과후교육활동비 월 12만원·치료비 16만원 지원
지난 10일 울산시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김나영 양에게 교육감 업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시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김나영 양에게 교육감 업무를 설명해 주고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오른손으로 학생을 감싸안 듯 해 지나 온 자신의 흔적을 친절히 설명하는 노옥희 교육감의 모습이 정겹다. 할머니와 손녀, 교사와 제자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이 모습은 지난 10일 울산시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의 장면이다. 노 교육감은 이날 김나영(언양고 2년) 양을 초대해 자신의 집무실과 시교육청을 직접 소개하며, 10대 소녀의 고민을 듣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김나영 양은 특수반 학생이다. 감정조절 장애와 함께 ADHD(주의력 결핍) 증상도 보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뚜렷해 돌출행동도 한다. 주위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는 10대 소녀다. 그런 김나영 양에게 노옥희 교육감이 눈에 들어왔다. 울산 첫 여성 교육감으로 교육계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모습이 선망의 대상이 됐다. 김양은 노 교육감의 페이스북에 ‘뵙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고, 그 댓글에 노 교육감이 응답했다.

표현이 서툰 김양은 노 교육감과의 만남에 대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좋았다. 기뻤다. 교육감실에서 가서 너무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노 교육감은 “나영 양이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데 기억력이 대단했다”며 “특수반 수업이 제일 재미있다고 말하며 웃는 나영 양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영 양 담임인 김기환 교사는 “나영이가 노 교육감을 만난 것은 선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특수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와 진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양은 노 교육감을 만날 때 보라색 가방을 메고 왔다. 이 가방은 나영 양이 행동교정에 따라 받은 긍정적 보상으로, 나영 양이 직접 구매했다. 시교육청 특수교육정책 중 ‘긍정적 체험 예산’이 있다.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예산은 나양 양과 같은 특수아이들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성장’ 하는 데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언양고는 ‘하트♥통장’을 만들어 특수학생들이 목표한 행동을 했을 때 ‘하트’를 주며 이를 보상해 주고 있다. 나영 양은 두 달간 모은 ‘하트’를 현금화해 인터넷 쇼핑으로 보라색 가방을 샀다. 나영 양은 이 가방을 노옥희 교육감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영 양은 피아노 치기를 좋아 하고 장래 꿈은 바리스타다. 그래서 언양고를 졸업하면 행복학교 바리스타 전문가 과정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개최된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진로·직업 연수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개최된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진로·직업 연수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울산지역 특수학교 학생은 지난해 4월 기준 2천739명이다. 이 학생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으로 나눠 교육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혜인학교, 행복학교(이상 공립), 태연학교, 메아리학교(이상 사립)는 특수학생을 위한 학교다. 이 4개의 학교에 759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시교육청은 일반학교의 특수학생 추가 수요을 위해 (가칭)제3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올해 특수교육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은 약 123억여원이다. 이 예산은 △특수교육운영 △복지 △시설환경 개선 등 크게 3가지 분야에 사용한다. 가장 중점적인 분야는 역시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부족해진 교육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비 달라지는 것 중 눈에 띄는 정책은 크게 5가지다. 교육일상 회복을 위해 방과후교육활동비 월 12만원과 치료기관 치료비 월 16만원이 지원된다. 특히 영수처리에서 전자카드를 도입해 학부모 사용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학교의 업무경감 효과도 가져오게 했다.

또 시교육청에 ‘특수학생 행동지원 전문가단’을 구성해 1대1 학생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한다. 전문가단은 학생들의 문제점을 파악해 행동중제방법 등을 알려주고 학교와 가정의 유기적인 연결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는 10월에는 전국대회인 ‘2022 전국 장애학생진로드림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대회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순회하며 개최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울산시교육청이 유치해 개최한다. 대회는 장애인복지카드를 소지한 고등학교 발달장애 특수교육 학생이 대상이다. 시교육청은 대회를 통해 진로직업체험과 멘토링 등 예비 사회인으로의 역량을 길러준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시교육청은 특수학급 전공과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체험을 실시한다. 선배 학생들의 멘터링으로 진로와 직업에 대한 책임의식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특히 ‘학부모 교육’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특수학생이 한명의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학생·학부모·학교’란 교육3주체가 상승효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큰 호응을 받았던 ‘특수학교 학부모 대상 진로·직업교육’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접견실에서 김나영 양의 시교육청 방문 기록을 남기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교육과 김영민 장학관, 노옥희 교육감. 김나영 양. 김기환 언양고 교사.
시교육청 접견실에서 김나영 양의 시교육청 방문 기록을 남기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교육과 김영민 장학관, 노옥희 교육감. 김나영 양. 김기환 언양고 교사.

이 교육은 울산지역 특수학생 진로·직업에 대한 정보를 모두 모아 제공하는 것으로 △울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역내 전공과 현황 △모집요강(취업) △재활시설 △장애인특별전형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대학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시교육청 특수교육 비전은 ‘장애유형별 맞춤형 교육으로 특수교육 대상자의 성공적 사회통합 실현’이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려 헌법이 보장한 교육권을 차별없이 누리는 것을 말한다.

시교육청은 이를 비전으로 △장애유형별 맞춤형 지원으로 양질의 특수교육 보장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지속가증한 특수교육 지원 환경 조성 △학교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로 특수교육대상자의 핵심역량 강화 등 3대 목표를 세우고, 15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시교육청 신상훈(특수교육과정팀) 장학사는 “시교육청은 장애인이 장애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자존감을 길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적 측면에서 장애공감 문화조성과 장애학생 인권·안전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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