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영화 ‘원더’-“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 이상길
  • 승인 2022.01.13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원더’의 한 장면.
영화 ‘원더’의 한 장면.

 

한 아이가 축복 속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아이를 안은 분만간호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빠 역시 아이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내 간호사는 아이를 안고는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그랬던 건 아이의 얼굴이 기형이었기 때문. 해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스물일곱 차례나 수술을 받지만 얼굴은 정상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었다. 아니 그렇게라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 상태일 수 있었다고 있다. 어느 정도냐고요? 스물일곱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얼굴 전체가 큰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모습? 바로 <원더>에서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라는 아이였다.

그런 어기의 나이는 이제 막 10살. 어려도 자신의 얼굴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던 탓에 어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보다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 데이를 더 좋아했다. 아니 평소에도 누나 친구인 미란다(다니엘 로즈러셀)가 선물한 우주비행사 헬멧을 자주 쓰고 다녔다. 참, 영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어기의 꿈은 우주비행사다.

그런 어기를 위해 엄마(줄리아 로버츠)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마냥 홈스쿨링만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해 어기가 10살이 되자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학교에 보내기로 한 것. 하지만 학교에서 우주비행사 헬멧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해서 엄마와 아빠(오웬 윌슨)는 아들이 감당해야 할 거친 세상과의 싸움 앞에 걱정이 앞선다. 과연 어기는 잘해낼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어기의 삶이 몹시도 걱정되고 심하게 불행하다 싶겠지만 <원더>는 이후 어기뿐만 아니라 어기 주변의 인물들까지 하나씩 조명해나가는 미덕을 발휘한다. 무슨 말이냐면 불행하게 태어난 어기만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어기 주변 인물들의 삶도 사실은 모두 ‘힘겨운 싸움’이라는 걸 찬찬히 보여준다.

가령 어기의 친누나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만 해도 동생 어기의 존재를 가엾이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지만 부모님의 모든 관심이 어기에게만 쏠리면서 느끼게 되는 소외감에 적잖게 힘들어 한다. 그런 힘겨움은 어기의 아빠와 엄마를 비롯해 비아의 친구인 미란다, 또 어기가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도 하나같이 겪게 되는데 영화는 그들 모두에게 주인공 대접을 해주며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다만 학교에서 만난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만이 어기의 외모를 이유로 계속 그를 괴롭히는데 그러다 결국 들통이 나고, 그런 줄리안을 계속 감싸고도는 그의 부모에게 투쉬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어기의 외모 때문에 아들 줄리안이 악몽에 시달려 소아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는 말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인.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그렇다. <원더>는 결국 힘겨운 싸움, 즉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시선이 바뀌려면 마음이 바뀌어야 하는데 마음이 바뀌면 자신의 삶 앞에 좀 더 위대해지니까. 또 그 시선이라는 건 결국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 나의 고통이란 대부분 타인에게서 비롯되니까.

게다가 고통이란 건 크기나 부피는 의미가 없다. 왜? 모든 고통은 질량이 다 같으니까. 원래 그렇다. 인간이란 손톱 밑을 파고드는 작은 가시가 주는 고통만으로도 가끔 지옥을 맛본다. 또 인간에게 있어 행복은 1t(톤)를 가져도 늘 부족하지만 고통은 겨우 1g(그램)에도 다들 몸서리친다. ‘고통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그러니까 누구든 다들 비슷한 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 해서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고 졸업식 땐 내면의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이유로 모범상을 수상하게 된 어기가 상을 받으러 나가면서 하는 마지막 독백에 주목해보자. 특히 나만 지금 힘들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찬찬히 읽어보시길.

“강단으로 걸어갈 때 떠 있는 기분이었고, 가슴이 빨리 뛰었다. 왜 내가 받는지 이해가 안 됐다. 데스스타(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국군의 무기)를 파괴한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5학년을 마친 것뿐인데. 허나 어쩌면 그게 중요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난 평범한 애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것. 서로의 생각을 안다면 깨닫게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걸. 우린 평생에 한 번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음을. 내 친구들도, 내 선생님들도, 늘 곁에 있어주는 누나도, 늘 웃음을 주는 아빠도,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엄마는 특히나 더 박수 받아 마땅하다.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 선생님이 말해 준 마지막 격언과도 같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2017년 12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