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작괘천을 생각한다 ②
다시 작괘천을 생각한다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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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수 선생은 <울산지명사>에서 비내가 햇빛이 비친다는 말에서 유래된 빛나의 속된 말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가 <울산의 지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비내의 내는 천()을 뜻하는 우리말 내이고, 비는 서쪽을 뜻하는 ‘'ᄇᆞᆯ~ᄇᆞᄅᆞ’'의 변이형태 비일 것이다. 그러므로 비내는 서쪽에 위치한 내를 뜻하겠고, 은월봉 북쪽의 태화강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은월봉 북쪽의 태화강이 울산 읍치에서 보아 서편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작괘천에 대해서도 당연히 비내와 같은 검증이 필요했다. 더구나 한자로 표기된 우리나라 지명의 대부분은 우리말 지명을 한자를 빌어서 표기한 것이지 한자말 지명이 아님에랴! 물론 작괘천(勺掛川)의 천()은 내를 뜻하는 한자말이거나 천()의 훈인 내를 표기하기 위한 차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괘(勺掛)는 어떤 말일까? 작천정(酌川亭)이 있다. 조선 말 언양현감으로 부임한 정긍조(鄭肯朝)가 발의하고, 그 뒤 언양군수로 부임한 최시명(崔時鳴)이 주도하여 작괘천 가에 지은 정자이다. 1902년에 낙성되었다. 작괘천(勺掛川)의 작()은 작()의 뜻으로도 사용되는 한자이다. 그러므로 작천정(酌川亭)의 작천(酌川)은 작천(勺川)으로 작괘천을 지칭한다. 작괘천이 작천으로 지칭된 것은 작괘천(勺掛川)을 작천(勺川)이라 지칭해도 무방하다는 말이고, 그것은 작괘(勺掛)와 작()이 같은 뜻의 말이거나 괘천(掛川)과 천()이 같은 뜻의 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작괘(勺掛)와 작()이 같은 뜻의 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작괘(勺掛)와 작()이 같은 뜻의 말이 되려면 차자표기법상 괘()가 작()의 음가첨기거나 의미첨기여야 한다. ()은 훈이 구기이고, ()의 뜻으로 사용될 때 훈은 잔이다. 그리고 이두(吏讀)에서 석()과 같이 홉의 십분지일을 뜻하는 사를 표기하기 위한 차자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작()이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차자로 사용될 때 음으로 차자되어 작이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거나 훈으로 차자되어 구기 혹은 잔이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거나 이두로 사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괘()는 훈이 걸이다. 그러므로 괘()가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차자로 사용될 때 음으로 차자되어 괘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거나 훈으로 차자되어 걸이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작괘(勺掛)와 작()이 같은 뜻의 말이 되려면 결국 괘나 걸이 작이나 잔, 사의 음가첨기거나 의미첨기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괘()는 작()의 음가첨기도 의미첨기도 아니다. 왜냐 하면 괘나 걸이 작이나 잔, 사와 아무런 음가적 유사성이 없을뿐더러 의미적 유사성 또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괘(勺掛)와 작()은 같은 뜻의 말이 아니다.

다음으로 괘천(掛川)과 천()이 같은 뜻의 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또한 작괘(勺掛)와 작()과 같이 괘천(掛川)과 천()이 같은 뜻의 말이 되려면 차자표기법상 천()이 괘()의 음가첨기거나 의미첨기여야 한다. ()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훈이 걸로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차자일 때 음으로 차자되어 괘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거나 훈으로 차자되어 걸이라는 음가를 표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천()의 훈은 내이다. ()은 보통 한자말로 사용되지만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차자일 때 훈으로 차자되어 내라는 음가를 표기한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괘천(掛川)과 천()이 같은 뜻의 말이 되려면 결국 한자말 천()이나 우리말 내가 괘나 걸의 음가첨기거나 의미첨기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으로 이어짐)

민긍기 창원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국가지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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