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삶을 담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삶을 담다…
  • 김보은
  • 승인 2022.01.0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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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에 오동상감의 옷을 입히다’
70년 장도 한길만 걸었던 장추남 장인
구술자료 바탕 전승·제작과정 등 담아

■ ‘반구천 푸른 빛 담은 벼루’
20여년 전 벼룻돌 찾아 반구대로 와
아들인 유은해 전수자 경험 함께 풀어내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병영성 안에 담뱃대 하는 데가 여러 군데 있었어요. 그게 병영이라는 곳이 유기(鍮器)하고 담뱃대하고. 그라고 숟가락 만들고. 그때는 장도 하는 데가 없었어요. 장도는 담뱃대 이제 안 필린다 이래가 오래있다가 만들기 시작했지요.”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역사에 오래 남고, 일반인들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할 정도로 아주 난이도 있는 벼루를 만들고 싶은 그게 내 욕망인데, 너무 욕심이 지나치지 않은 지 모르겠습니다.”(울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 벼루장 유길훈)

울산시는 지난해 울산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울산의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장인들의 생애 경험을 구술기록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이 전승하고 있는 기능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습득하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양한 생애 경험과 생애사적 의미, 현재의 처지를 담는 작업이다.

지역의 연구자가 장인들을 대상으로 구술채록했고, 울산시는 그 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두 권의 구술생애사 시리즈를 펴냈다. 장도장 장추남 이야기 ‘장도에 오동상감의 옷을 입히다’와 벼루장 유길훈 이야기 ‘반구천 푸른 빛을 담은 벼루’가 그것.

장도장 장추남 장인은 1930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울산 병영에 돌아왔다. 빈손으로 병영에 와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생활했다. 병영의 한 일간에서 담뱃대 만드는 일을 배웠고, 곧 담뱃대 수요가 줄어 장도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도 한길만 걸었던 장추남 장인은 2019년 1월 3일 임원중 장인이 고인이 된 후 비어 있던 울산시 제1호 무형문화재 장도장의 지휘를 이어받았다.

책 ‘장도에 오동상감의 옷을 입히다’는 1, 2부로 나눠 1부에는 장추남 장인의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울산의 전통 문화유산인 장도 기능이 습득되고 전승돼온 과정과 현재의 상황을 담았다. 여기에는 아들이기도 한 전수자의 경험도 덧붙였다. 2부는 장도 제작 과정을 기록하고 장도장의 작품 세계와 수상 경력을 소개했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 벼루장 유길훈.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 벼루장 유길훈.

 

벼루장 유길훈 장인은 평양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어머니의 등에 업힌 채 피난길에 올랐다.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어머니가 있는 진천에 머무르며 이웃집에 살던 벼루장 김인수 선생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벼루 제작과 판매로 생계 유지가 어려웠던 탓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와 ‘벼루장이’의 삶을 시작했다. 20여년 전 좋은 벼룻돌을 찾다 반구대로 왔고 제작에 적합한 언양록석을 발견해 지금까지 울산에 터를 잡고 있다. 시 무형문화재 신청은 2016년 울산시의 ‘울산지역 무형문화유산전수조사’가 계기가 돼 이뤄졌다. 벼루장에 지정된 건 2017년 11월 2일이다.

‘반구천 푸른 빛을 담은 벼루’의 1부에는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울산의 전통문화를 만들어가는 벼루장의 기능과 삶, 기능 전수 상황, 아들인 유은해 전수자의 경험을 함께 풀어냈다. 2부는 벼루 제작 과정과 벼루장의 작품 세계를 다뤘다.

두 장인의 구술 생애를 기록하는 작업은 울산기록연구원 원영미, 정계향, 노석주, 이경서씨가 맡았다.

이들은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는 작업을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다. 긴 시간동안 한 길을 걸어온 장인의 삶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손을 놓지 않았던 장인의 세월이 있었기에 전승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는 1997년 제1호 무형문화재 장도장 고 임원중 장인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7개 부문의 무형문화재를 지정했다. 일산동당제(별신굿-2호), 모필장(3호), 옹기장(4호), 벼루장(6호), 쇠부리소리(7호) 등이다. 전각장(5호)은 현재 공석이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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