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다워야 한다
울산다워야 한다
  • 이상문 기자
  • 승인 2009.06.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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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심각한 것이 ‘음식 스트레스’다. 여행의 본질이 아무리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에 녹아들어 체험하는 데 있다 하더라도, 보름 넘게 낯선 음식을 먹다보면 김치와 된장에 대한 향수에 몸살을 앓게 된다. 우리 음식에 대한 미각적 관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강렬한 마늘냄새를 맡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인도의 공항에서 카레냄새를 맡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 겪는 인상은 오래 간다. 그것이 대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다.

‘강동 센트럴파크’를 유럽 해양관광도시의 건축적, 조경적 특징들을 권역별로 반영해 산악과 해안을 연계하는 랜드마크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3일 ‘강동산하지구 내 제92호 근린공원 조성 기본 및 설계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강동권 개발 선도 핵심 산업인 ‘강동 센트럴파크’에 바로셀로나와 베네치아, 산토리노와 니스 등 유럽의 기라성 같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차용하여 강동 해변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바로셀로나의 ‘그린 올리브 바람의 숲’, 베네치아의 ‘하얀 물의 언덕’, 산토리노의 ‘붉은 흙의 들’, 니스의 ‘코발트 햇살의 바다’라는 테마를 설정하여 개발한다는 공원 조성계획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내년 말이면 우리는 비싼 항공료를 물지 않고서도 유럽의 명소를 원스톱으로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글로벌 시대에 시민들이 유럽의 선진 풍광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또, 설정한 테마에 강동해안의 풍광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룬다. 동해안을 타고 북진하다 보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가진 해양자원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방치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던 차에 울산이 가장 먼저 근사한 공원을 조성한다니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먼저, 기획한 아이디어에 최대한의 효과를 얻도록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북경에 가면 세계적 명소를 재현해 놓은 공원이 있다. 호기심에 달려갔다가 그 조잡함에 얼마나 많은 실망을 하고 돌아왔던가. 태국 파타야의 미니시암은 어떤가. 그들이 가장 자랑하는 역사적 진실인 시암왕국의 흥성을 미니어처로 형상화한 상술에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그런 오류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통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유럽의 풍광을 재현하면서 강동 바다와의 조화를 생각의 머리에 두라는 것이다. 유럽 명소를 100% 복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의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되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곳은 우리 울산시민만의 공간이 아니다. 울산을 찾거나 울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대거 몰릴 것이다. 그들에게 마늘 향기와 같은 한국적 바다의 칼칼한 매력이 돋보이게 해줘야 한다.

‘강동 센트럴파크’ 조성이 끝나고 나서도 문제다. 그것과 어울리는 주변 환경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 사람인 내가 봐도 남해 다도해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통 어촌의 풍경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솔직히 이제 그런 토속적 아름다움이 강동 바다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다. 가장 한국적이고 강동해안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 울산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김치와 된장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민속촌을 건설하는 것은 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강동해안의 짙푸른 파도와 어울리는 동해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야 한다. 울산에 대한 강한 이미지로 남을 게 분명한 중요한 공원이다. 울산다워야 한다.

/ 이상문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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