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의료진 새해 소망』 2년째 방역 최전방서 사투… 방역 영웅들의 일상회복 기도
『신년기획 의료진 새해 소망』 2년째 방역 최전방서 사투… 방역 영웅들의 일상회복 기도
  • 김원경
  • 승인 2022.01.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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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착용한 울산대병원 간호사들이 특수(음압)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울산대학교병원 제공
방호복을 착용한 울산대병원 간호사들이 특수(음압)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울산대학교병원 제공

 

2022년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를 보며 모두가 소망한 코로나19 종식. 2년째 방역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는 더욱 간절하다. 올해는 이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힐 수 있을까? 가족 여행, 명절 친지 모임, 동료와의 식사, 평범한 일상 회복이 그 누구보다 간절한 방역 영웅들. 올해는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마스크 없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면서 방역 영웅들의 새해 소망을 담아본다.

 

김인정 간호사 “환자들 정서적 지지 중요… 긍정적 메시지 노력”

2020년 12월 24일 울산대학교병원 외과계, 내과계, 응급 등 각 분야의 중환자실 간호사 30여명이 한 병실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특수(음압)중환자실이다.

18년 경력의 외과계 중환자실 김인정(40) 간호사는 이날부터 현재까지 기저질환 및 중증응급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는 환자 대부분은 자발적 움직임이 없다 보니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체위 변경, 콧줄 식사제공, 기저귀 교체 등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그중에서도 환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김 간호사는 “‘하루 만에 이렇게 나빠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된 환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며 “때문에 긍정적 메시지를 통한 정서적 지지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 후 ‘고맙다’ ‘수고했다’는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가족 없이 임종을 맞이하고 전통적인 3일장 대신 병동에서 입관하는 환자들을 보면 가슴아프다. 입원할 때도, 사망해도 ‘혼자’여서 의료진들이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여름 무더위에 맞서 방호복 속에 넣은 아이스팩이 30분 채 안돼 녹아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는 그는 한 겨울에도 땀범벅은 여전하다며 올해는 ‘레벨D 방호복’을 벗어버리고 동료들과 따뜻한 밥 한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인정 간호사는 “보통 새 병동이 문을 열면 친목도모를 위해 회식도 하는데, 코로나 중환자실이다보니 동료들과 모여 밥 한번 먹어본 적 없다”며 “늘 교대하다 보면 식은 밥 먹기 일쑤인데 올해는 회식도 하고,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가족들과도 꼭 여행도 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혜연 주무관 “끝이 보이지 않아 제일 힘들어… 인력 모자라 걱정”

울산동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 이혜연 주무관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이 완전 뒤바뀌었다. ‘월화수목금금금’ 주말 없는 생활에 매달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가 일상이 돼 버렸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근 2년째 감염병 담당자로 기초 및 심층역학조사를 맡고 있는 이 주무관. 매일 아침 7시 확진자에게 양성결과 통보 전화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2003년 발령 후 가장 힘든 시간을 꼽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라며 운을 뗐다.

이 주무관은 “처음에는 한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 대응이 벌써 2년째”라면서 “감염병 업무 특성상 이틀 연속 쉴 수가 없는 탓에 좋아하는 가족 캠핑조차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버렸다. 가족 외식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상황은 나아질 줄 모르고 업무는 겹겹으로 쌓여만 가는데,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재택치료 건강관리업무까지 더해졌다. 지난 30일 기준 울산에서 재택치료 중인 환자는 160명, 동구에서만 34명이 재택치료 중이다.

그렇다보니 ‘휴직’이 일부 직원들의 도피처가 되어 버리기도 하고, 실무 투입할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특히 지난해 1월 발령받은 역학조사관은 7개월 만에 그만뒀고, 지난달 채용된 인력은 10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올해 올 새로운 역학조사관 역시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 앞선다.

이혜연 주무관은 “중앙에서는 격무금지, 인력충원 한다지만 일선 적용이 힘들다. 더해 자가격리자, 확진자들과의 갈등, 갑질도 담당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만든다”며 “끝없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바쁜 업무로 중학생, 초등학생 두 딸을 돌보지 못했고 2년째 명절 때 시댁 방문도 못하고 있다”며 “새해엔 치료약이 나오면 낫지 않을까 싶다. 예전 신종플루도 타미플루 약이 나오면서 종식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빨리 한 줄기 빛이 쏟아지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금교성 과장 “직원들 욕설·고성 등 격한 민원 반응 제일 힘들어해”

최근 학교 집단감염 발생으로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북구보건소 보건행정과 금교성 과장은 “새해에도 코로나19 위협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방역활동과 협조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바이러스 추세가 10년, 15주년 주기로 나타난다. 코로나19는 아직 활성화 단계이긴 하지만 시일이 가면 바이러스 균주도 힘이 빠지게 돼 있다”면서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면역력 관리 등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6월 울산시청 감사실에서 보건소로 옮겨온 후 코로나 대응에 뛰어든 금교성 과장은 확진자 발생 시 기초조사부터 역학조사, 방역 및 이송, 행정, 재택관리 등 전체 보건업무 컨트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끝 없는 싸움에 3명의 직원이 휴직계를 냈고, 1명은 사표를 내기도 했다. 지금도 사표를 낸다는 직원이 있어 달래는 중이다.

금교성 과장은 “예민한 상태의 자가격리자나 확진자 사생활을 캐물어 동선 파악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님에도 욕설이나 고성 등 격한 반응의 민원 앞에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면 가장 가슴 아프다”며 “직원들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휴일도 반납한 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걸 알지만 이들 없이는 또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꼭 얘기하고 싶다”면서 “또 공무원 신랑 때문에 긴 시간 고생한 아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퇴직이 2년 남았는데, 그전에 코로나19로 부터 모두가 자유와 행복을 되찾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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