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0대 말기 암 환자의 치매부인 살해
어느 80대 말기 암 환자의 치매부인 살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6.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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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표현키도 어려울 정도로 슬픈 소식이 들린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아 3개월 시한 부 삶을 영위하던 80대 노인이 지난 5년간 치매를 앓아 온 부인을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을 기도 했으나 미수에 그친 사건이 울산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 노인이 부인을 살해한 동기는 ‘자신이 죽고 난 뒤 치매에 걸린 부인을 돌 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경찰은 일단 추정하고 있다. 이웃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범행을 저지른 이 노인은 평소에 “내가 말기 암 환자로 3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내가 죽으면 치매에 걸린 부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사회의 부정적 측면과 가정해체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슬프고 충격적이다.

우선 이 노부부가 치명적 질병에 걸려 있었지만 이들을 돌봐줄 국가기관, 단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의 사건 내용으로 파악하건대 이 노인들은 단 둘이 살았던 것 같다. 부인을 살해한 80대 남편이 뒤따라 자살하려했다는 과정을 보면 이들을 직접 도와줄 사람이 함께 살고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소식에 접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돌봐 줄 사람’ 즉, 자식이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만일 슬하에 자녀가 없다면 모르겠거니와 그 반대 상황이라면 이번 살인사건은 심각한 사회문제의 일부인 것이다. 부모가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자식을 길렀으나 노후에 버림받는 우리의 현실은 구호(口號)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2008년 기준 65세 이상 된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501만 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0.3%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이면 85세 이상된 고령인구가 80만명을 돌파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하지만 중앙·지방 정부들이 내 놓고 있는 노인정책들은 임시방편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태화강 생태공원 조성, 물 축제, 고래문화 계승 등에 수백억을 투입하는 울산지자체는 이 노령화 사회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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