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단상(斷想)
‘해맞이’ 단상(斷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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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지자체가 2022년 해맞이 행사를 열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5개 구·군이 약속이나 한 듯 2021년에 이어 2022년 1월 1일에도 해맞이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구 대왕암공원, 남구 고래문화마을, 중구 함월루, 울주군 간절곶, 북구 당사해양낚시공원 등 각 지자체의 대표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재강화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해맞이가 가능한 해안가 공공·사설 야영장은 연말 예약률이 100%에 가깝다는 소식도 들린다.

새해에는 으레 지자체마다 해맞이 행사를 연다. 매일 뜨고 지는 해는 청산(靑山)처럼 변함이 없는데도 새로운 한 해와 새날에 의미를 두는 백운(白雲) 같은 생각이 해맞이 민속으로 전승되는 것이다. 해맞이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자연물 즉 해(태양)와 만나는 해맞이 관점의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해(歲) 즉 신년(新年) 새해맞이 관점의 접근이다.

먼저 자연의 태양 해를 왜 맞이하는지 궁금하다. 유경험자들은 대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고 말한다. 즉 새해에는 탈이 없는 일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소망(所望), 희망(希望), 희원(希願), 발원(發願)을 담아 기원(祈願)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해 첫날 떠오르는 첫해를 보아온 대중들은 그 순간의 기쁨을 소리로 외치는 환호(歡呼)의 분위기도 만끽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일이라면 큰 나무 큰 바위를 보고 빌거나 목욕, 머리하기, 옷 사 입기 등 다른 방법에 기댈 수도 있을 터인데 구태여 해맞이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음으로 해맞이는 새해맞이의 줄인 형식으로 새롭다는 뜻의 ‘새-’ 즉 신(新)을 생략한 해맞이 의미로 접근할 수 있다. 이 경우의 사례로 신랑-새신랑, 색시-새색시, 부대-새 부대 등의 용례를 소개할 수 있다. 새로운 해맞이는 ‘일영(日迎)’과 ‘세영(歲迎)’ 두 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둘에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해맞이는 발원(發願), 기원(祈願), 소원(所願)이 아니라 성과(成果), 결과(結果) 등의 보고(報告)를 내세우는 쪽으로 의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즉 작년에는 이런저런 결과를 얻었고, 올해는 또다시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의 해맞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현상은 태초부터 변함없이 반복되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그래서 제언한다. 앞으로는 새해 첫날, 굳이 탁 트인 바닷가나 높은 산을 찾아 나서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말자. 남의 이목(耳目)을 의식하는 것은 은연 중에 맹목적으로 따라 하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맞이를 ‘해맞이’로 오해한 인식부터 바꾸도록 하자. 구태여 태양을 중심에 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 삼백육십오일 떠오르는 해에 대한 의미를 1월 1일에만 부여할 이유도 없다. ‘해(日)맞이’는 한 번의 행위로 그칠 뿐이지만, ‘해(歲)맞이’는 삼백육십오일의 행위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마음의 결심을 하겠다는 해맞이라면 구태여 춥고 번거롭고 성가신 바닷가를 찾는 1월 1일이 아니어도 된다.

어떤 행위라도 자신이 없으면 ‘게으른 농부 밭 이랑 헤아리듯’이란 속담이 주는 교훈처럼 다짐의 반복에 그칠 뿐이다. 새롭게 인식하는 해맞이 즉 ‘세월일(歲月日)’이라면 이제부터 어떤 대상에 소원(所願)을 빌지 말고 결과를 알려야 하며, 미래의 꿈을 펼치기보다 실천하고 있는 것을 지속해야 한다.

붓다의 말씀처럼 출생을 묻지 않고 행위를 묻듯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 해맞이로 희망의 날개를 펼쳤다고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실천의 날갯짓이 있어야만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 새로운 한 해, 모두 힘차게 나아가는 ‘날갯짓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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