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변비로 고생한다. 변비가 심하면 치질로 악화하기도 하는 만큼 변비는 제대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
다음은 말 못할 고통 ‘변비’ 해결법에 대해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 변비, 내겐 너무 어려운 배변 활동
변비는 정상적으로 배변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배변이 일주일에 3회 미만이면 변비로 간주한다.
다만, 대한소화기 기능성질환 운동학회는 만성 변비를 정의할 때 배변 횟수의 감소뿐 아니라 단단한 변, 불완전 배변감, 배변할 때 과도한 힘주기, 항문 폐쇄감, 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수지 조작이 필요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만성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변비에 대한 정의는 2016년 제안된 로마 기준 IV(ROME IV criteria)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기준 역시 앞서 언급한 증상을 따른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변비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61만6천명으로 증가 추세다.
연령대별 환자는 70대 이상(17만명, 27.6%)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9세 이하(15만9천명, 25.8%), 50대(6만9천명, 11.3%)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4배 많지만 7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 환자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3.9배 많은데 여성 호르몬에 의한 대장운동 억제가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변비를 일으키는 원인은 많다
만성 변비 환자의 대부분은 기질적 원인이 없는 특발성으로, 드물게 다양한 이차적 원인으로 나타난다. 여러 전신 질환 혹은 약물 복용 등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전신 질환으로는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고칼슘혈증을 초래하는 질환 등이다. 파킨슨병, 다발 경화증, 척추병과 같은 신경 질환, 우울증, 정신분열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마약성 진통제, 항콜린제, 제산제, 칼슘차단제 등 여러 약물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원발성 변비는 대장 통과 시간과 항문직장 기능검사 등 배변과 관련된 대장과 항문 직장의 운동생리 검사를 통해 크게 배변장애형 변비, 정상통과시간형 변비, 서행성 변비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승범 교수는 변비를 확인하는 검사에 대해 “만성 변비를 호소하는 모든 환자에게 이차성 질환을 감별할 목적으로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는 건 비용과 효과 면에서 유효성이 낮을 수 있다. 대장내시경은 경고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에게 시행해야 한다. 만성 변비가 있는 50세 이상 성인 중 적절한 대장암 선별 검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 항문직장 기능 검사는 만성 변비 진단을 위해 반드시 권고하지는 않지만 배변 장애가 강력히 의심될 때는 먼저 고려해 진단할 수 있다.
◇ 변비, 꼭 치료해야 할까
변비 같은 배변 문제는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이차성 원인이나 기질적 질환으로 생기는 변비를 감별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첫 단계로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를 시도하며 되도록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 섭취는 섭취하기 쉽고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없으며, 일부 효과가 증명된 만큼 만성 변비의 초기 단계에 적용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정상 세균총에 의해 발효되고 정상 세균총의 성장 촉진과 함께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부피를 늘려 배변의 양과 횟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도나 중등도의 변비는 호전시킬 수 있지만, 심한 변비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경구용 변비 하제는 부피형성 하제,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및 선택적 세로토닌 4형 수용체 작동제 등이다.
약제에 따라 작용 원리 및 적용 대상, 부작용 등이 다르고, 자극성 하제는 불필요하게 과용될 우려가 있어 약물 치료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배변 장애가 같이 생기면 바이로피드백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변비를 방치하면 치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 항문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중 치핵은 항문 주위와 직장 하부에 팽창되고 부풀어 오른 혈관이 형성된 것을 말하는데, 변비로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횟수가 반복되면 발생할 수 있다. 치열은 항문에 열상이 생기는 것이다. 변비가 있으면 단단한 변이 항문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변비를 예방하는 데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신체활동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건강상 이익을 줄 수 있어서 변비 환자에게 권장한다. 단, 젊은 층의 운동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이승범 교수는 “신체활동이 많아지면 특히 활동량이 적은 노인 변비 환자는 증상 호전을 보일 수 있지만, 정상 신체활동을 하는 젊은 변비 환자의 운동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정리=김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