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배변 활동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배변 활동은 안녕하십니까?”
  • 김보은
  • 승인 2021.12.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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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변비로 고생한다. 변비가 심하면 치질로 악화하기도 하는 만큼 변비는 제대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

다음은 말 못할 고통 ‘변비’ 해결법에 대해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 변비, 내겐 너무 어려운 배변 활동

변비는 정상적으로 배변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배변이 일주일에 3회 미만이면 변비로 간주한다.

다만, 대한소화기 기능성질환 운동학회는 만성 변비를 정의할 때 배변 횟수의 감소뿐 아니라 단단한 변, 불완전 배변감, 배변할 때 과도한 힘주기, 항문 폐쇄감, 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수지 조작이 필요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만성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변비에 대한 정의는 2016년 제안된 로마 기준 IV(ROME IV criteria)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기준 역시 앞서 언급한 증상을 따른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변비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61만6천명으로 증가 추세다.

연령대별 환자는 70대 이상(17만명, 27.6%)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9세 이하(15만9천명, 25.8%), 50대(6만9천명, 11.3%)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4배 많지만 7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 환자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3.9배 많은데 여성 호르몬에 의한 대장운동 억제가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변비를 일으키는 원인은 많다

만성 변비 환자의 대부분은 기질적 원인이 없는 특발성으로, 드물게 다양한 이차적 원인으로 나타난다. 여러 전신 질환 혹은 약물 복용 등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전신 질환으로는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고칼슘혈증을 초래하는 질환 등이다. 파킨슨병, 다발 경화증, 척추병과 같은 신경 질환, 우울증, 정신분열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마약성 진통제, 항콜린제, 제산제, 칼슘차단제 등 여러 약물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원발성 변비는 대장 통과 시간과 항문직장 기능검사 등 배변과 관련된 대장과 항문 직장의 운동생리 검사를 통해 크게 배변장애형 변비, 정상통과시간형 변비, 서행성 변비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승범 교수는 변비를 확인하는 검사에 대해 “만성 변비를 호소하는 모든 환자에게 이차성 질환을 감별할 목적으로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는 건 비용과 효과 면에서 유효성이 낮을 수 있다. 대장내시경은 경고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에게 시행해야 한다. 만성 변비가 있는 50세 이상 성인 중 적절한 대장암 선별 검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 항문직장 기능 검사는 만성 변비 진단을 위해 반드시 권고하지는 않지만 배변 장애가 강력히 의심될 때는 먼저 고려해 진단할 수 있다.

◇ 변비, 꼭 치료해야 할까

변비 같은 배변 문제는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이차성 원인이나 기질적 질환으로 생기는 변비를 감별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첫 단계로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를 시도하며 되도록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 섭취는 섭취하기 쉽고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없으며, 일부 효과가 증명된 만큼 만성 변비의 초기 단계에 적용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정상 세균총에 의해 발효되고 정상 세균총의 성장 촉진과 함께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부피를 늘려 배변의 양과 횟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도나 중등도의 변비는 호전시킬 수 있지만, 심한 변비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경구용 변비 하제는 부피형성 하제,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및 선택적 세로토닌 4형 수용체 작동제 등이다.

약제에 따라 작용 원리 및 적용 대상, 부작용 등이 다르고, 자극성 하제는 불필요하게 과용될 우려가 있어 약물 치료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배변 장애가 같이 생기면 바이로피드백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변비를 방치하면 치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 항문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중 치핵은 항문 주위와 직장 하부에 팽창되고 부풀어 오른 혈관이 형성된 것을 말하는데, 변비로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횟수가 반복되면 발생할 수 있다. 치열은 항문에 열상이 생기는 것이다. 변비가 있으면 단단한 변이 항문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변비를 예방하는 데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신체활동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건강상 이익을 줄 수 있어서 변비 환자에게 권장한다. 단, 젊은 층의 운동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이승범 교수는 “신체활동이 많아지면 특히 활동량이 적은 노인 변비 환자는 증상 호전을 보일 수 있지만, 정상 신체활동을 하는 젊은 변비 환자의 운동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정리=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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