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업(道業)과 생업(生業)
도업(道業)과 생업(生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2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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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이성(異姓)의 동거(同居)는 시간과 공간이 같아도 크게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하나는 ‘수행자’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자’의 방식이다. 수행자는 일하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사람이다. 생활자는 먹고 자고 입는 의식주(衣食住)가 일생에 반복되는 사람이다.

수행자와 생활자를 도업자(道業者)와 생업자(生業者)로 부를 수도 있다. 이 둘의 구분은 겉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생업자의 관념과 행동을 하면서도 도업자의 사고와 실천도 하기 때문이다.

도업(道業)과 생업(生業)이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의 불교교리)이라는 출가의 본분이 확고한 사람을 ‘수행자’ 혹은 ‘도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의식주에만 매달려있으면 ‘생활자’ 혹은 ‘생업자’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도업은 유목민(遊牧民)의 사고와 행동이다. 반대로 생업은 정주민(定住民)의 사고와 행동이다. 유목민적 사고와 행동은 최소한 필요한 것만 갖지만, 정주민은 무한한 축적을 꿈꾼다. 주변 환경이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목적으로 삼느냐에 따라 얼굴이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이다. 출가의 목적이 주지와 감원에 있는 이라면 출가라 부를 수 없기에 생업자이며, 그 반대는 당연히 도업자일 것이다.

스스로 ‘수행자’라고 밝히는 자는 지금 하는 일이 도업인지 생업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수행자가 제각기 자신의 등불을 가졌으면, 즉 인인각지자등화(人人各持自燈火=사람 개개인의 자기 등불을 가짐) 하면 자력의 도업이다. 반대로 해와 달을 기다려 앞을 찾으면 즉 기대일월심전로(豈待日月尋前路=해와 달을 의지하여 길을 찾음) 하면 타력의 생업이다. 선비가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탓에 농공상인(農工商人)과 구별되듯 수행자가 서사(敍事)도 없고 실천하지도 노력하지도 않으면 중생제도의 도업이 아닌 목구멍에 풀칠하기 급급한 생업인으로 전락알 수밖에 없다. 먹고 자고 입는 것은 사람만 하는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라 때 원효(元曉. 617∼686) 스님은 광대들이 놀리는 큰 박을 보고 도구를 만들어 ‘무애(無碍)’라 이름 짓고 촌락, 장터거리를 다니면서 춤추고 노래했다고 전한다. 원효의 사고와 실천은 시대적 중심이 도업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승무 교수(중앙승가대)는 불교방송 대담에서 종교 사회학자들이 “무종교인이 증가한 것이 가장 중요한 종교 현상”이라 했다고 들린다. 어떤 종교이든 시대적 도업으로 변화하지 못한 점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도업을 실천하는 수행자 모델이 있어 소개한다.

2021년 12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회의가 있었다. 결과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중봉 성파 대종사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성파 스님은 붓다를 향해 결과를 알리는 고불의식(告佛儀式=부처님께 어떤 결과를 알려드리는 의식)을 가졌다. 스님은 “말과 행을 같이하는 수행 정신의 소임”, “동체 대비와 호국불교 사상 유지”를 강조했다.

성파 스님 하면 된장, 16만 도자대장경 불사, 불교 문화예술(옻칠, 염색, 민화, 서예, 선화 등), 불교문학(성파시조문학상, 영남시조백일장, 들꽃문화축제, 전통한지) 등 불교 전통문화 계승과 보존에 앞장선 도업(道業) 수행자다. 도업의 수행은 세속의 공로로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도업은 사회와 함께 나아가 소통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다. 산문(山門) 안에서 보고 듣고 겪는 경험이 없으면 변화도 없기 때문이다.

생업자는 도업 수행자의 큰 뜻을 옥관문화훈장에서 겨우 깨달았을 뿐이다. 성파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종통(宗統)을 계승하고, 도업을 상징하는 제15대 종정(宗正)의 소임을 제15교구 본사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맡게 됐다. 제9대 종정 월하 스님(月下·1915∼2003) 이후 23년여 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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