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순천만 갈대 축제’ 동참기
‘제22회 순천만 갈대 축제’ 동참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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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순천만 갈대 축제-세계유산 순천만, 자연과 사람을 잇다〉가 지난 11∼12일 이틀간 순천만 자연생태관 앞 잔디마당에서 펼쳐졌다. 필자 일행은 11일 ‘제2회 대한민국학춤 대제’에 통도사학춤과 울산학춤(울산학춤보존회 회장 박윤경)을 선보이려고 참여했다. 일행은 때마침 울산 배리 끝 낙안소를 찾은 큰고니(2021.12.8. 최초 관찰) 한 마리를 확인하고 순천만 습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번 나들이는 코로나19 사태로 3년 가까이 움츠렸던 어깨를 모처럼 칠게 집게발처럼 펼 수 있는 기회였다.

순천만을 다시 찾은 것은 2019년 제21회 행사 이후 2년 만이었다. 가는 도중에 본 순천만 습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고, 변화의 중심에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의 월동 서식지로 자리 잡은 월평·수동 지역이 있었다. 흩어져 먹이를 찾는 흑두루미 떼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순천만 자연생태관에 도착할 즈음 갈색 갈대들이 일행을 환영하듯 흑두루미 울음 장단에 맞춰 자연의 학춤을 추고 있었다. 두루미 울음소리는 예로부터 삿된 것을 쫓고 좋은 것을 불러들인다는 벽사진경(?邪進慶)의 상징이었고, 조선 시대에는 양반가에서 두루미를 가금처럼 기르기도 했다.

2년 전 제21회 행사 때만 해도 100여 마리가 고작이던 흑두루미는 이제 그 수가 3천 수백 마리로 불어났고, 이들이 제각기 흩어져 먹이를 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동안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순천시민들이 흑두루미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고 이들을 지역경제 활성화에 접목하려고 기울인 콘텐츠 개발 노력과 실천이 피부로 와 닿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먹이 주기, 갈대 울타리 만들기와 같은 공존을 위한 공이 특히 돋보였고, 그 결과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기에 이르렀다.

2017년, 순천만 습지에 흑두루미 몇 마리가 날아들자 순천시는 전국의 학춤보존회를 수소문했고, 그해 여름엔 필자를 2개월간 초청해 ‘순천학춤’의 안무를 돕도록 했다. 이는 ‘2019 제21회 순천만 갈대제’ 마지막 날 순천만 흑두루미의 가치를 대외에 널리 알리는 학춤 페스티벌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행사가 취소된 2020년과는 달리 올해는 ‘단계적 원상회복’(위드 코로나) 시기에 맞춰 행사가 다시 열렸다. 주최 측의 목적은 분명했다. 다른 행사는 취소하더라도 ‘대한민국학춤 대제’만은 반드시 진행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흑두루미의 겨울나기 장소인 순천만 습지를 알리는 데는 ‘대한민국학춤 초청공연’ 만한 것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12월 중순에, 그것도 넓은 잔디밭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최 측의 끈질긴 노력이 빛을 발했고, 그 덕분에 행사는 순조롭게 잘 끝났다. 그날따라 날씨도 행사를 도왔다.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점 없었고, 햇볕은 겉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하고 좋았다. 이날은 통도사학춤, 울산학춤, 양산학춤, 동래학춤, 순천학춤 순으로 공연이 펼쳐졌고, 내년 행사도 이미 기약되었다.

순천만 일대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받은 곳은 △습지보호지역(28.0㎢, 2003.12) △람사르협약구역(28.0㎢, 2006.1) △문화재 보호구역(명승 3천15㎢, 2008.6) △생태계 보전지구(7천738㎢, 2009.3) 등 4곳이나 된다. 순천시의 생태축제에 참여하다 보니 태화강이 생각났다. 태화강에는 황어·은어·연어가 철 따라 올라와 헤엄을 친다. 삼호대숲에는 백로(최대 약 9천 마리-2011.7)와 떼까마귀(최대 약 13만 마리-2017)가 번갈아 날아든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되는 ‘울산 조류생태축제’를 상상해 본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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