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미래를 여는 배움터… 사람-사회 관계를 잇다
[교육기획]미래를 여는 배움터… 사람-사회 관계를 잇다
  • 정인준
  • 승인 2021.12.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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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마을’ 개관 1주년2016년 폐교된 궁근정초등학교에 자리학교연계 프로그램 14개 교실 운영 중주민들이 직접 교육… “전국적 모델로”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지식으로 배우는 곳이 있다. 영남알프스 자락에 자리잡은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OO)마을’이 그 곳이다.

땡땡마을은 2016년 폐교된 구 궁근정초등학교에 세워졌다. 이 학교는 폐교이후 2년간 다담은 갤러리로 활용됐다, 1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땡땡마을은 울산시교육청과 울주군, 인근지역 상북마을공동체가 함께 하고 있다. 이름을 그냥 땡땡(OO)이라 붙인 것은 자유롭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3일 찾은 구 궁근정초등학교에 설립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인 ‘땡땡마을’ 전경.
지난 3일 찾은 구 궁근정초등학교에 설립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인 ‘땡땡마을’ 전경.

지난 3일 찾은 땡땡마을 운동장에는 생태상자에서 무·배추가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었다. 인근마을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심은 것으로 ‘땡땡마을’을 찾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운동장 한 켠에는 태화강에서 베어져 버려지는 대나무를 재활용해 만든 아치형 놀이기구가 놓여 있었다. 땡땡마을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무슨 철학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지 알 수 있었다.

이날 땡땡마을에는 다운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직접 무생채와 상추 겉절이 만들어 따듯한 밥에 넣고 고추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었다. 또 우리 곡식으로 빵을 구웠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작은 수납함을 나무로 만들어 봤다.

요리교실 이선영 마을교사는 학생들에게 “요리는 뭐다? 매운맛, 단맛, 짠맛이 조화롭게 어울리면 된다”며 “내가 먹는 것들에서 농부들이 흘린 땀과 정성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학생들이 요리교실과 목공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요리교실(위쪽)과 목공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땡땡마을

정희언군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본 건 처음인데,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배운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먹겠다”고 말했다.

목공교실에서 작은 수납함을 만든 조민지양은 “나무를 재단하고 장신구를 부착하며 만들기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알게됐다”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와 관련된 진로를 결정할 때 오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땡땡마을에는 학교연계 프로그램으로 △농사교실 △요리교실 △제과교실 △흙공예교실 △목공교실 △몸놀이교실 △커피음료교실 △미술교실 △음악교실 △숲교실 △식물생태교실 △동물생태교실 △적정기술교실 △새활용교실 등 14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실 선생님은 모두 인근지역 주민들이 마을교사 양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를 교육하고 있다.

지난달께 땡땡마을에서 인근지역 할머니들(마을어른 길벗 교사)들로부터 조청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께 땡땡마을에서 인근지역 할머니들(마을어른 길벗 교사)들로부터 조청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땡땡마을

특히 땡땡마을 동물생태교실은 전국에서 유일한 ‘반디교실’이다. 이강수 마을교사가 운영하는 이 교실은 반딧불이 유충을 부화시켜 반딧불이로 성장할 때까지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땡땡마을은 학생뿐만 아니라 울산시민과 마을주민들에게 열린공간이다. 누구든지 찾아와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책을 읽고, 공유공간에서 이야기 하며,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옛 학교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에서 휴식과 일, 교육활동이 실현되고 있다.

시민평생교육은 △요리 △제과 △도예 △목공 △요가 △그림 △탭댄스 △밴드교실 등 다양한다. 자녀와 함께 하는 연령별 교실로도 구성된다. 오전엔 마을 어르신들이 요가교실에서 요가를 배운다. 일과를 마친 시민들은 도예, 미술, 목공 등 다양한 교실에서 밤 9시까지 시간을 잊은 채 즐거운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개최된 땡땡마을 개관 1주년 기념 가래떡 커팅 장면.
지난달 16일 개최된 땡땡마을 개관 1주년 기념 가래떡 커팅 장면.

 

땡땡마을에 따르면 지난 1년간(11월말 기준) △학교연계프로그램 1만3천328명 △마을시민배움터 6천498명 △청소년자치배움터 717명 △개인 또는 단체방문 2천775명 등 2만3천318명이 다녀갔다.

김미진 운영실장은 “지난달말 마을 할머니들이 조청만들기 수업을 해주셨는데, 마을제선 조청을 집청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땡댕마을은 학생과 학교, 학교와 마을, 도시와 농촌 등 관계를 잇는 교육공동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 백장현(교육혁신과) 과장은 “땡땡마을은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곳으로, 마을주민들에게는 우리 마을이 살아나는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정말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져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범을 보이는 전국적 모델로 울산의 자랑이 됐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지난달 25일 강원도교육청에서 찾아와 땡땡마을을 벤치마킹 했다. 사진제공=땡땡마을
지난달 25일 강원도교육청에서 찾아와 땡땡마을을 벤치마킹 했다. 사진제공=땡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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