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冬安居)와 세세년년화상사(歲歲年年花相似)
동안거(冬安居)와 세세년년화상사(歲歲年年花相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0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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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5년(2021년) 신축년 동안거 결제가 11월 19일(음 10월 15일)부터 시작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 100여 선원에서 2천여 수좌가 정진에 들어갔다. 안거(安居)는 겨울철 3개월(음력 10월 보름∼다음 해 정월 보름)과 여름철 3개월(음력 4월 보름∼7월 보름)에 수좌들이 한곳에 모여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기간이다. 총림을 대표하는 삼보사찰 방장의 결제 법어를 모아 본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결제 대중이여! 목숨을 아끼지 말고 조사의 공안을 참구하되 내일을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수행자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은 없다. 내일을 기다리는 자는 미륵이 열반하더라도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사람 몸 받았을 때 일대사를 마쳐야 한다. 출가자로 금생에 이 일을 마치지 못하면 시은(施恩)을 갚지 못한 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힘쓰고 또 힘쓸지어다.”라고 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은 “이번 동안거 결제 기간 우리 결제 대중은 총림, 이 좋은 도량에서 닦는 것 없이 애써 정진해 보리도를 성취하여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합시다.”라고 했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은 “꿈같은 그림자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의 내면을 잘 살피는 동안거가 되도록 합시다.”라고 맺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하는 종정 예하 진제법원 대종사는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기를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가운데 오매불망(寤寐不忘) 간절히, 화두 의심이 뼛골에 사무치게 의심을 밀고 또 밀 것 같으면 석 달 이내에 모두 다 견성(見性)할 수 있음이라”고 설했다.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의 법어는 의미가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법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마다 계절 따라 같은 꽃이 피련만, 해마다 사람들은 같지 않고 변하네(歲歲年年花相似 年年歲歲人不同….)”라고 했다. 인용한 비유적 법어는 생각 없이 들으면 그 의미를 흘려보내기 일쑤다. 필자는 몇 번을 반복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성파스님은 ‘식물인 꽃과 동물인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항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좌의 경우 쌓이는 것이 안거증(安居證)이고 닳는 것이 참선 방석이면 안 된다, 즉 안거와 참선 방석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시대적 전통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형식과 방법을 답습하는 것을 질책하는 법어로, 주도적 수행을 강조한 비유의 말이었다. 이러한 도업(道業)의 법어는 방장의 수행 방법과도 일치한다. 방장 스님의 평생 게으름 없는 실천 수행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공감한다.

이런 관점에서 세수 여든다섯에 이른 권기종 교수의 말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권 교수는 “방편에 머물면 불교의 본질 놓쳐… 시대 위기 감지하는 종교 돼야… 불교는 중층으로 이뤄진 종교로, 불법 전하려고 방편을 쓴 후엔 반드시 본질의 단계로 이끌어야… 기도비 내며 대가 바라는 것은 시장에서 주고받는 거래와 같아… 사회에서도 이해될 수 있는 어른다운 불교의 가르침 절실… 경전 속 불보살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등장인물이다. 불보살의 말씀과 행을 배우고 따라 해야지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맡기면 안 된다… 사찰마다 불교교양대학이 늘어나면서 지적 수준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불교는 중층적 구조를 갖는 종교이므로 교육의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으면 방편과 본질이 혼재될 수 있다.”라고 했다.

2005년 권 교수는 동국대 퇴임 강연에서 “선정이 번뇌를 제거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방법이긴 해도 깨달음, 즉 지혜를 완성하는 직접적인 수행법은 아니다”며 “미래의 불교실천에서는 반야바라밀다가 선정바라밀다에 우선해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권 교수는 필자의 박사과정 스승이다. 필자 역시 수행에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動靜)에서 행(行)과 동(動)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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