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울산 첫 공공미술관 문 연다] 울산시립미술관, 독립성 확보·지역예술인과 소통이 관건
[창간 특집- 울산 첫 공공미술관 문 연다] 울산시립미술관, 독립성 확보·지역예술인과 소통이 관건
  • 김보은
  • 승인 2021.11.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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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결정 이후 11년 걸쳐 ‘우여곡절’ 겪어

-7가지 비전 맞는 5개 개관전으로 첫인사

-2개 전시회는 옛 울산교육연수원서 마련

-시립미술관, 울산 미술 정체성 확립 ‘박차’
울산의 첫 공공미술관인 울산시립미술관이 내년 1월 6일 개관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중구 북정동 일대 부지에서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장태준 기자
울산의 첫 공공미술관인 울산시립미술관이 내년 1월 6일 개관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중구 북정동 일대 부지에서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장태준 기자

울산의첫공공미술관인 울산시립미술관이 내년 1월 6일 개관한다. 시립미술관은 사업비679억원(울산시 홈페이지기준)을 들여 중구 북정동 일대에 지하3층, 지상2층 규모로 지어진다.

다음은 지역의 숙원이었던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 50여일을 앞두고 어떤 포지셔닝으로 차별화를 꾀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미디어아트 중심 미래형 미술관’으로 방향 잡아

울산시립미술관은 2011년 8월 건립이 결정된 이후 개관까지 11년이 걸린 만큼 순탄치 않은 건립과정을 거쳤다.

당초 시립미술관의 건립 부지는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객사 유구가 발견되면서 2016년 7월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일대로 부지가 변경됐다. 이후 울산시는 건립공사 설계 공모로 2016년 12월 최종당선작을 선정한 데 이어 2018년 3월 27일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까지 마무리했지만 같은 해 7월 시민 공론화가 추진되면서 공사 발주를 비롯한 미술관 건립의 모든 절차가 멈췄다. 시는 공론화 과정에서 네 차례의 전문가 회의, 시민토론회를 했고 2018년 9월 객사 부지 활용, 주차장 확보 등을 내용으로 한 권고안을 내놓으며 건립 절차를 재개했다.

2019년 8월 29일 기공식을 하고 첫 삽을 떴고, 서진석 관장을 중심으로 조직 구성을 완료한 뒤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으로 방향을 잡고 개관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술매체 기반의 미디어 아트센터 △자연·기술의 조화·공존이 이뤄지는 미술관 △산업·예술의 조화·공존을 모색하는 미술관 △공공·공유의 미술관 △다학제의 융·복합 미술관 △울산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로 나가는 글로컬 미술관 △평화·치유의 미술관 등 미래형 미술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7가지 비전도 새롭게 확립했다. 이 과정에서 바닥재부터 벽 색깔, 천장의 전기소켓, 조명 등 기존 박물관에 가까웠던 설계를 미술관의 방향성과 비전에 맞춰 대폭 수정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3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가의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울산시립미술관의 3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가의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 미리 보는 시립미술관 5개 개관전

시립미술관은 앞서 제시한 7가지 비전에 걸맞는 5개의 개관전으로 첫 인사를 건넨다.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디지털기술 전용체험관(XR랩)을 활용한 미디어 체험전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어린이 기획전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소장품전 ‘찬란한 날들’, 울산 신진작가 발굴전 ‘대면_대면 2021’이 그것. 참여 작가는 14개국 70명에 달한다.

특히 ‘포스트 네이처’는 울산의 정체성, 비전, 동시대의 아젠다(의제)까지 모두 담아낸다는 계획이다. 이 전시는 산업수도에서 생태·정원도시로 거듭난 울산의 정체성과 함께 현시대에 대두되는 다양한 환경문제 가운데 기술과 자연, 인간의 조화와 공존에서 더 나아가 융합적 관계를 모색한다. 현 시대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혹은 대안까지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에는 세계미술계에서 현존하는 미디어아트 최강자로 손꼽히는 히토 슈타이얼을 포함해 영국과 독일 등 국제전시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중국 출신 신예작가 정보(zheng bo), 세실 B. 에반스, 카미유 앙로, 얀레이, 아키라 타카야마, 왕홍카이, 알렉산드라 피리치, 슈리칭 등 거물급 해외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울산의 정체성을 연구해 커미션워크로 제작한 작품도 있고 에코도시이자 기술산업도시로 조화를 이룬 울산의 정체성을 부합하는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해외작가 대부분은 전시기간 울산을 방문해 연계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포스트 네이처(대·중전시실)’, ‘블랙 앤드 라이트(XR랩, 로비)’,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소전시실)’은 시립미술관 내에서 열리지만 ‘찬란한 날들’과 ‘대면_대면 2021’은 미술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대왕암공원 내 구 울산교육연수원에 마련된다. 이는 지역 전체를 아울러 울산을 문화 중심의 도시를 만들고 미술관 외부에 다양한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립미술관의 포석이다.

‘찬란한 날들’은 개관 준비기간 수집한 제1호 소장품 백남준의 ‘거북’을 비롯해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작가로 선정된 김윤철의 ‘크로마(Chroma)’ 등 실험성과 작품성으로 주목받는 국내외 작가 3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또 다른 전시 ‘대면_대면 2021’은 시립미술관이 인큐베이팅부터 국내외 프로모션, 작품 소장 등 다면적 발굴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 첫선을 보일 신진작가 24명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참여 신진작가들은 울산과 부산, 경남, 경주, 포항 거주·출신의 45세(1976년 1월 1일 이후 출생) 이하의 신진 예술가들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의 1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가의 ‘거북’.
울산시립미술관의 1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가의 ‘거북’.

◇ 지역 미술사 연구·미술관 포럼 등 문화기반 확대 ‘기대’

울산시립미술관의 건립은 하나의 문화예술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종 미술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것 외에도 이전에 울산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지역 미술사 연구, ‘미래미술관 포럼’을 통한 미술관 협의체 구축 등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지역의 문화기반 확대에 큰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당장에 울산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부터 시작되고 있다. 현재 시립미술관은 40여명의 지역예술인을 선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구술 채록, 영상 녹취 등을 진행해 400~500쪽가량의 1차 보고서를 마무리한 상태다. 유사성과 차별성 두가지 측면에서 울산의 근현대 미술의 정체성을 연구해 내년 개관 시점에 공개할 계획이다.

개관전과 더불어 개최될 미래미술관 포럼은 ‘글로컬 미래형 미술관’을 지향하는 전 세계 10여개 미술관이 모여 협의체를 구축하고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예술로 헤쳐 나가야 할지 논의한다. 앞서 지난달 26일 울산시는 확정된 개관 일자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미래미술관 포럼에 전 세계 다수의 미술관이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내년 1월 6일 개관과 함께 준비된 꾸러미들을 풀어낼 시립미술관이 잡음 없이 자리잡기 위해선 미술관의 독립성 확보와 지역예술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관건일 전망이다.

지역의 한 미술단체 대표는 “울산시립미술관은 다른 시·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아트와 테크놀로지라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신진작가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지역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미술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시립미술관에 외부 입김이 절대 작용해선 안 되고, 지역미술계와의 호흡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련해 울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은 “마음껏 문화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토대에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지역미술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며 “문화로써 어떠한 결과물을 낼 때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개관전에서 기대에 부합하는 볼거리를 제공하겠다.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울산시립미술관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참여 작가인 세실 B. 에반스 작품.
울산시립미술관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참여 작가인 세실 B. 에반스 작품.
울산시립미술관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참여 작가 정보(zheng bo)의 작품.
울산시립미술관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참여 작가 정보(zheng bo)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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