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자신의 등불을 밝히는 날
수능, 자신의 등불을 밝히는 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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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입적하기 3개월 전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전한다. 제자가 붓다께 물었다. “붓다께서 돌아가시면 남은 제자들은 누굴 스승으로 따라야 합니까?” 붓다는 기다렸다는 듯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 하라”고 했다. 곧 ‘자신의 등불을 밝히면서 객관적 진리의 등불도 밝히라’는 뜻이다. 이 비유적인 말은 관점에 따라 해석이 여러 갈래이지만, 종합하면, 자기중심적 접근과 객관적 접근으로 마음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로 좁혀진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자등명(自燈明)’을 ‘법등명(法燈明)’보다 먼저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자타일시 성불도’, ‘상구보리 하화중생’, 천상천하유아독존, 자력, 자생, 자습이란 말에서 보듯 자신을 우선시하라는 뜻이다. 남의 등불을 이용하는 것은 자신의 등불을 활용하는 것보다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 밝히는 등불’의 상징성은 다양한 풀이가 가능하다. 그중 한 가지가, 현실적으로 보면, 스스로 지식을 쌓는 독학, 자습 즉 공부다. ‘누구를 의지하랴’라는 말과 같다.

붓다는 죽음 직전에 ‘방일(放逸)’ 즉 게으름을 경계하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한다. ‘방일’이란 자신과 타인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바른 일을 짓는 데 게을리하면서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를 하게 만드는 마음 상태를 가리키는 불교 용어다.

2021년 11월 14일(일)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 사이 울산 중구 입화산에서 조류 조사에 나섰다. 뱁새, 참새, 백할미새, 청딱따구리, 노랑턱멧새, 딱새, 큰부리까마귀,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까치, 쇠딱따구리, 오목눈이, 큰오색딱따구리, 때까치, 참매가 관찰됐다. 조사 도중 멧비둘기 수컷 한 마리가 참매에 채여 가까운 소나무 가지에서 깃털을 뽑히는 장면을 오랜 시간 지켜봤다. 솜털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흩날렸다. 온갖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붓다의 이름은 열 가지나 된다. 그 가운데 ‘명행족(明行足)’은 ‘지혜롭게 실천 행동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다. ‘자등명’과 ‘명행족’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전문성’과 ‘꾸준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108mm 크기의 홀컵에 공을 넣기 위한 골프와 122mm 크기의 과녁을 향해 쏘는 화살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는 열정이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의 두 선수에게 게으름과 내일로 미루겠다는 마음은 금물이다.

생물은 변화와 혁신이 일상이다. 변화와 혁신을 바란다면 절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앞서 지나간 수레바퀴 자국’이라는 뜻의 전철(前轍)은 ‘이전 사람의 그릇된 일이나 행동의 자취’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붓다가 사리불에게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말한다. “제바달다가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 말하라고 한 것이다. 붓다가 사리불에게 한 말은 ‘환경 변화에 따른 혁신’을 강조한 말이다. 게으른 자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처음 발심하고 실천이 그치지 않으면 곧 붓다의 경지라는 말)’이란 말을 ‘내세득작불(來世得作佛=붓다 되기를 다음 생으로 미룬다는 뜻)’이란 말로 바꾸어가며 핑계를 댄다. 비유를 풀이하면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 하지’라는 의미다.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동에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1년 11월 18일(목)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르는 날이다. 수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인생의 행로에서 처음 자신이 밝히는 ‘자명등’을 갖는 날이다. 자습(自習) 즉 그동안 길들인 자신의 날갯짓으로 창공을 향해 처음으로 날아가는 의식의 날이다. 바꾸어 말해, 생물이 ‘방일’과 ‘방생’의 결과를 받아쥐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받아쥔 결과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그 마음이 어떠한지를 직접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동안 노력한 수능생과 도움을 준 학부모님께 격려를 보낸다. ‘천고임조비(天高任鳥飛=높은 하늘에 새들이 맘껏 날아오른다)’ 하시길 바란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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