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산문화’ 릴레이 기고-고대와 현대의 만남 ‘박문원 오브제展’
‘홍산문화’ 릴레이 기고-고대와 현대의 만남 ‘박문원 오브제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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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6일, 서울 인사동 ‘뜨락 갤러리’에서 ‘박문원 오브제 전(展)’을 보면서 5천년 전 고대 조상님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5천 년 전 고조선인들이 빚은 토기들에 박 작가는 예술적 조형미를 살린 그림을 덧붙여 전혀 새로운 작품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박 작가의 눈으로 일일이 붙인 제목과 전시된 토기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조상님들과 교감할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회였다.

부부가 나란히 동그랗게 입을 벌리고 노래하는 모습은 신을 찬양하는 의식의 한 장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토기들이 입을 그냥 다물지 않고 동그랗게 벌린 채 두 손을 아래로 모으고 있어 의례를 치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임신 9개월 된 배를 크게 강조한 여인의 토기를 자세히 보다가 깜짝 놀랐다. 여인의 표정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잔뜩 머금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슬픔이 저리도 컸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얼마 전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임신한 여인이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같은 여성으로서의 슬픔이 가슴속 깊이 와 닿았다. 입을 벌려 노래하는 부부는 어쩌면 이 여인의 슬픔을 달래는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박문원 작가는 수십년간 홍산문명(紅山文明=중국 랴오닝성에 존재했던 신석기시대의 문명)의 흔적인 옥기(玉器)와 토기들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9쳔년 전인 선(先)홍산시대, 5천년 전인 홍산시대, 4쳔년 전인 후(後)홍산시대를 총망라한 온갖 유물들을 연구하면서 홍산시대의 예술적 우수성과 숭고한 정신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몽골에서 5천년 전의 C자형 옥기를 발견하던 날, 박 작가는 꿈에 C자형 옥기를 가슴에 방패처럼 달고 승천하는 조상님을 만났다고 했다. 그 기억은 박 작가의 감수성 깊은 예술작품으로 되살아났다. 그림의 배경을 이룬 몽골 저녁 하늘의 구름은 예사롭지 않았던 그 꿈을 암시한다고도 했다.

홍산문명의 대표적 유적지 중국 우하량(牛河梁)을 몇 해 전에 방문했다. 온갖 모양의 옥기들이 뼈와 함께 출토된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놓은 것 못지않게 ‘곰의 발’로 추정되는 토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쑥과 마늘 이야기가 얽혀 있는 ‘웅녀(熊女)’가 연상되었다.

곰을 토템으로 모신 조상들이 묻힌 무덤 속 시신들의 머리, 가슴, 팔, 다리는 온갖 옥기들로 가득했다. 시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옥으로 단장해 놓은 것이다. 저세상에서도 오래오래 영광 받으시라는, 죽은 지도자에 대한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이었으리라.

그런데 중요한 건 무덤군 옆에 ‘3단의 원형 제단’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복원된 삼단제단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7천년 선사(先史) 유적이 있는 울산에도 우하량에서처럼 홍산 옥기 무덤과 3단 원형 제단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그 장소가 늘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정상태 전 암각화박물관장이 울주군 방기리의 ‘알바위’가 3단 원형 제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와 너무 기뻤다. 오래전 울산에도 3단 제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대대적인 조사발굴이 하루속히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7천년 전 유적을 지닌 울산은 남다른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다. ‘나보다 남을 이롭게’라는 홍익(弘益)정신의 계승지가 울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선사(先史)도시’ 울산에 살고있는 나에겐 박 작가의 오브제전시가 울산에서도 이루어져 울산 고대인들을 더 많은 시민들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매자 의료법인 혜명의료재단 울산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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