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경제의 심장’ 울산은 여전히 뛰고 있다
[특집]‘한국경제의 심장’ 울산은 여전히 뛰고 있다
  • 김지은
  • 승인 2021.11.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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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시 울산’이 걸어온 힘찬 발자취

특정공업지구 지정 기념‘공업탑’교통 관문적 역할 톡톡
공업화 반세기만에 전국 최초 수출 1천억 달러 달성 쾌거
‘인구절벽’위기는 남은 과제로… 특단의 대책 마련 필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울산 태화강역을 통과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최지원 기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울산 태화강역을 통과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최지원 기자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60년 동안 성장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했다. 공업화 반세기 만인 2011년 울산의 수출액이 주력 품목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천억 달러 시대를 여는 등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왔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역 경기가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한국경제를 이끌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이 된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을 앞두고, 울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울산의 성장

울산은 1962년 2월 1일 울산읍, 방어진읍, 대현면, 하상면 전 지역과 청량면 두왕리, 범서면 무거·다운리, 농소면 송정·화봉리를 합해 울산특정공업지구로 지정, 공포돼 같은 해 6월 1일 시로 승격했다.

1963년 3월 울주군 서생면이 동래군에 편입됐다가 1973년 양산군의 관할로 있다가 1983년 2월 15일 다시 울주군으로 복귀됐다.

1985년에 구제가 실시됨에 따라 중·남구가 설치됐고, 1988년 1월 1일 방어진출장소가 동구청으로 승격돼 3구 40개 동이 됐다.

1991년 1월 1일 울주군이 울산군으로 개칭됐으며, 1995년 1월 1일 울산시와 울산군이 통합됐고 1996년 12월 31일 ‘울산광역시설치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1997년 7월 15일 울산광역시로 출범했다.

이에 따라 북구가 신설되고 울산군이 울주군으로 복군돼 4구 1군 체제가 됐다. 이후 1998년 3월 1일 동구 염포동 일부가 북구로 편입됐고, 2002년 남구 무거동 일부가 울주군 범서읍으로, 울주군 범서읍 일부가 남구 무거동으로 각각 편입돼 현재의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울산 대표 랜드마크 ‘공업탑’   최지원 기자
울산 대표 랜드마크 ‘공업탑’ 최지원 기자

◇울산 대표 랜드마크 ‘공업탑’

울산에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태화강, 울산대교 등 울산을 대표하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있지만, 공업탑의 이미지는 울산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꽤나 강렬하다. 많은 시민들이 울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공업탑’을 꼽을 만큼, 이미지와 상징적 의미는 강하다.

공업탑의 정식 명칭은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이다.

오거리가 만나는 로터리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공업탑은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울산공업센터가 조성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4월 20일 건립됐다. 공업탑은 지난 50여년 동안 울산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의 원천이 됐다.

당시 이 일대는 허허벌판으로 밭이 펼쳐져 있는 울산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현재 공업탑은 울산 교통의 핵심으로 관문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수도임을 널리 알리는 상징물로서 오늘도 변함없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울산상의에 걸린 수출 1천억 달러 달성 축하 현수막(2011.14.4)
울산상의에 걸린 수출 1천억 달러 달성 축하 현수막(2011.14.4)

 

◇한반도 최대의 공업 도시

울산은 한반도 최대의 공업 도시다. 대한민국 제2공화국 장면 내각이 기획한 국토건설본부 경제개발사업과 경제개발 3개년 계획에 나와 있는 울산공업도시 계획에 의거해 계획적인 공업도시를 목표로 비교적 최근에 인위적으로 성장이 이뤄진 도시다.

1962년 대규모의 현대적인 항구로 적합한 울산의 지리적 조건에 주목해 당시 울산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명되고 울산공업센터가 세워지면서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S-OIL, 한화솔루션, LG화학, 삼성SDI, 효성, 대한유화,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바스프, 에보닉, 윌로펌프, 솔베이, 이네오스, NOV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사업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덕분에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명목상 1인당 GRDP가 한화 6천535만원이었는데, 당시 환율을 감안하면 5만6천~5만7천 달러다. 이는 호주와 거의 비슷한 수치이며 네덜란드, 스웨덴보다는 약간 더 높고 덴마크보다는 약간 더 낮은 수준이다.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2008.6.12)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2008.6.12)

 

◇국내 최대 수출 도시로 ‘우뚝’

1962년 공업센터 지정 당시 26만 달러에 불과했던 울산의 수출액은 2010년 714억 달러로 27만배 증가한 데 이어, 2011년(1천15억 달러)에는 전국 최초로 수출 1천억 달러 달성의 역사를 오롯이 기록했다.

2011년은 월간(4월) 수출 전국 최초 100억 달러, 상반기 수출 500억 달러, 연간 수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내 수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주력 품목의 고른 성장과 대일 수출 105% 증가가 원동력이었다.

그 당시 울산이 공업화 반세기 만에 수출 1천억 달러 도시로 급성장한 것은 세계 산업사에서 유례가 없는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후 2012년 972억 달러, 2013년 915억 달러, 2014년 924억 달러에서 2015년 729억 달러로 급락한 뒤 2016년 653억 달러, 2017년 667억 달러, 2018년 701억 달러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2019년 695억 달러, 지난해 561억 달러로 또 추락했던 수출은 올해 들어 1~9월 기준 537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며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울산의 수출은 주력 산업의 호조세에 힘입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단가가 오르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의 수출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에 올해 울산의 수출 실적은 700억 달러 재탈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정철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은 “울산 수출은 2015년 729억 달러 달성 이후 계속 하향세를 나타냈으나, 올해 수출은 6월부터 코로나 이전의 수출 실적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최근 7년 내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5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울산지역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정유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자동차와 조선도 선방했다.

S-OIL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5%나 증가한 7조1천170억원, 영업이익은 5천49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매출이 1년 전 대비 48% 증가한 12조3천억원, 영업이익도 6천억원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반도체 수급난 등 악재 속에서도 1조6천억원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생산과 판매가 줄었지만, 제품 믹스 개선(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효과 등을 통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후판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계 역시 최근 수주 호조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인구 유출 속도… 위태로운 광역시 지위

다만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인구 감소세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았다.

울산은 2015년까지 꾸준히 인구가 증가했으나, 이후 지역 산업 침체에 따른 인구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해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감소율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구 절벽이 심각하다.

경주시 외동읍, 부산 해운대구, 기장군으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2015년 11월 117만4천51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수도권 쪽으로 빠지는 인구도 많아져 행정 당국의 인구 정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울산의 인구 유출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연간 순유출 인구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울산의 인구는 2015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무려 70개월째 순유출이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9월 누적 순유출 규모가 1만2천47명에 달한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7년(광역시 승격) 이래 1~9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1~9월(1만638명)보다 순유출 인구가 1천409명이 더 많은 수준이다.

연간(1~12월) 순유출 역대 최다 규모인 지난해(1만3천584명)와의 격차는 겨우 1천537명 밖에 나지 않았다. 통계 집계가 연말까지 석 달(10~12월)이 남은 만큼, 올해 연간 순유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대목이다.

올해 월간 순유출 규모 평균이 1천339명인 점을 활용, 단순 계산해보면 올 한 해 순유출 인구는 1만6천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교육과 주택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탓에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출생아 수가 계속해서 역대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고,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혼인 건수 역시 급감하는 바람에 울산의 인구 유출은 심각함을 넘어 ‘광역시’ 타이틀까지 위태로울 지경이다.

이는 울산의 도시경쟁력이 그만큼 추락했고, 울산시의 인구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광역시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인구절벽 위기가 심각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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