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사(七佛寺), 위령제와 꿩 방생
칠불사(七佛寺), 위령제와 꿩 방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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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5일(금),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 하동 칠불사(七佛寺) 도량에서 ‘지리산권 유주무주 고혼(有主無主 孤魂)을 위한 위령제 및 꿩 방생 대법회’가 있었다. 위령제는 칠불사 주지 도응(道應) 병법(秉法=의식을 진행하는 직책) 스님의 집전으로 시작되어 원만하게 회향(廻向)했다.

유주무주 고혼을 위로하는 작법승(作法僧)과 헌무(獻舞) 무용인으로 초청된 필자 일행은 ‘통도사 학춤’으로 법회에 참여했다. 이날의 법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리산권에서 죽은 많은 사람의 한 맺힌 마음 즉 원결(怨結)을 풀어 천도(薦度=죽은 사람의 혼령이 극락세계로 가도록 기원하는 일)시키는 의미 있는 법회였다.

이번 법회가 특별한 것은 꿩 40마리의 방생 의식 때문이었다. 위령제에서 날짐승을 날려 보내는 데는 영혼들이 새처럼 힘차게 날아올라 자연에서 자유로이 노닐게 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숨어있다. 이런 관점에서 위령제에 새로운 방법의 접목을 시도하려 한 발상은 법회의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통도사 학춤은 위령 의식에서는 ‘학가마’ 즉 학가(鶴駕=천도 영가의 극락세계 운반구)의 작법으로, 문화행사에서는 벽사(闢邪=삿된 기운을 물리침)와 진경(進慶=좋은 것으로 나아감)의 춤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번 법회에 통도사 학춤을 받아들인 것은 칠불사 소임자 스님의 행사기획력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리산과 칠불사는 지혜와 음악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문수보살이 일만 권속을 거느리고 상주하는 곳으로 상징되고, ‘지리산’이라는 이름도 문수보살과 연관이 있다.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지(智)’ 자와 ‘리(利)’ 자를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칠불사는 지리산의 주봉인 반야봉(1천732m)의 남쪽 800m 고지에 있다. 지리산과 반야봉은 ‘문수보살의 큰 지혜’를 의미한다. 칠불사는 《삼국사기》에 거문고와 현학(玄鶴)의 전설이 이어진 현악(絃樂)의 도량으로도 등장한다.

잡지(雜志) 제1 악조(樂條)에는 “신라 사찬 공영의 아들 옥보고(玉寶高)가 지리산 운상원(雲上院)에 들어가 50년 동안 현금을 연구하여 새로운 곡조 30곡을 지었다. 이 곡조를 속명득(續命得)에게 전하고, 속명득은 귀금(貴金) 선생에게 전했다. 귀금 선생이 운상원에서 나오지 않자 신라왕은 금도(琴道)가 끊어질까 염려하여 이찬 윤흥(允興)에게 그 음률을 전수하게 했다. 이에 윤흥은 안장(安長)과 청장(淸長)을 지리산으로 보내 귀금선 생이 비장(秘藏)한 음률을 배워 오게 하니 귀금 선생은 표풍(飄風) 등 세 곡을 안장과 청장에게 전했다. 안장은 그의 아들 극상(克相)과 극종(克宗)에게 전했다.”(『삼국사기』, 권32. 樂)라는 기록이 있다. 기록상의 ‘운상원’이 칠불사의 옛 이름으로, 한때는 ‘칠불암’으로도 불렸다.

칠불사(七佛寺)는 신라 아사왕 때(101년) 창건된 고찰이다.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인도에서 건너온 장유화상(長遊和尙=보옥선사·寶玉禪師=허황옥의 오라버니)의 가르침을 받아 동시에 성불한 자리라고 하여 ‘칠불암’이라 일컫기도 했다. 가야불교의 발상지이자 문수보살이 항상 머물러있다는 도량(道場)으로,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이라 부른다. 특히 신라 효공왕 때 담공(曇空) 선사가 축조한 칠불사의 아자방(亞字房)은 한 번 불을 때면 온기가 100일은 간다는 전설이 전하고, 현재 경상남도유형문화재 144호로 지정돼 있다.

일행은 법회가 끝나고 점심 공양 후 주지 도응 스님과 오래도록 차담(茶談) 나눴다. 도응 스님한테서 불교음악과 통도사 학춤의 활용방안 등 사찰 문화예술에 관한 해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영지(影池)를 둘러보았고 일주문까지 걷기도 했다. 걷는 길에는 필자에게 낯설지 않은 어치, 곤줄박이, 박새, 큰부리까마귀, 직박구리, 쇠딱따구리, 굴뚝새 등 텃새가 차례로 얼굴을 내밀었다.

지리산과 반야봉, 칠불사에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11월을 시작하면서 새벽안개를 헤치고 찾아 나선 칠불사는 붓다가 납의(衲衣=꿰맨 옷을 입고 수행하는 승려. ‘나•‘’, ‘나비’로 읽는다.) 수행자에게 방일(放逸=게으름)을 경계한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김성수 철새홍보관장·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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