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의 억새꽃
태화강의 억새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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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손짓하는 계절 가을이다. 이때쯤이면 화려하진 않아도 단풍 못지않게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이 있다. 바로 억새꽃이다.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은 울산을 명품도시로 만들어 주는 은혜의 강이다. 물고기가 수없이 몰려들고,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십리대숲이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어 백로, 떼까마귀까지 찾아오는 ‘생태도시’의 상징이다. 강가에는 야생화들이 철 따라 고운 자태를 뽐내고, 둔치에는 유채꽃, 코스모스꽃이 계절마다 다른 색깔의 캔버스로 바꿔놓는다.

필자는 교회와 사택이 태화강 가까이에 있어 톡톡히 덕을 본다. 아침마다 태화강변을 한 시간씩 걸으며 철 따라 달라지는 태화강의 변장술을 만끽하면서 사진에 담기도 한다.

특히 요즘 보는 태화강 둔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억새군락지에 새하얀 억새꽃이 은빛 물결의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명촌교∼학성교 사이 남구·중구·북구에 걸쳐 있는 약 20만 제곱미터의 억새군락지 산책을 애써 권하고 싶다. 아침 해가 뜰 무렵 햇살을 받은 억새꽃은 세상을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꽃의 군무는 황홀경을 이룬다.

억새꽃의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이다. ‘친절’이란 꽃말의 의미는 잘 몰라도 ‘세력’ ‘활력’이란 꽃말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억새는 생명력이 강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식물이어서 세력, 활력이란 꽃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억새꽃 감상은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자전거로 강변을 달리며 출퇴근하는 분이나 운동 나오는 분들 말고는 이렇게 화사한 억새꽃 군락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고, 꽃피는 시기를 놓쳐 아름다운 모습을 못 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태화강 억새꽃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서 생긴다.

이른 아침 태화강에서는 물고기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광경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청둥오리와 철새들이 겨울을 나려고 태화강으로 몰려와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덤으로 볼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멋진 대숲 길을 산책하고 태화강변에서 은빛 억새꽃 무리도 감상하는 특권은 울산시민만 누릴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해 뜰 무렵이든 해 질 무렵이든 억새꽃의 그 아름다움은 비길 데가 없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고 차를 세워놓고 강변을 걸어도 좋다. 사진도 찍고 운동도 하고 시원한 강바람도 쐬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힐링, ‘태화강 억새꽃밭 걷기’를 감히 추천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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