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처럼 살고 싶다 / 손귀례
부사처럼 살고 싶다 / 손귀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0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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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처럼 살고 싶다 / 손귀례-

오직 부디 과연 설마 결코

도드라지게 현재를 강조하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품사

오늘 따라 부사가 꿀맛이다

시월이 가도 단풍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가을날 어제와 같이 TV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와 대선을 위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손귀례 님의 디카시 “부사처럼 살고 싶다”를 읽으며 마음을 정화시켜봅니다.

한글날도 지났는데, 오직, 부디, 과연, 설마, 결코, 등 도드라지게 현재를 강조하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품사라는 부사와 사과 품종의 하나인 부사라는 이중 구조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엿보며 저 자신도 되돌아보게 됩니다. 부사에 대해 살펴보면, 문장 곳곳에서 형용사, 동사, 부사 또는 문장 전체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꾸며 주는 역할을 해서 부사가 들어가면 문장이 재미있고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최고보다는 그 뒤에서 최고를 빛나게 하는 안개꽃 같은 삶,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책임에서 자유로운 삶은 얼마나 멋질까요? 어쩌면 저도 학창 시절 반장은 못 했지만, 부반장은 도맡아서 해서 그런지 지금도 앞에 나서는 것은 꺼리지만, 주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곧잘 하는 걸 보면 부사처럼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 디카시를 쓴 손귀례 님도 부사와 같은 삶을 살고 계실 거라 상상하며 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천천히 껍질이 끊어지지 않도록 깎고 먹습니다. 오늘따라 더욱 꿀맛인 사과를 먹게 해준 디카시 “부사처럼 살고 싶다”를 만나 더욱 행복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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