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는 기능인력 양성 위한 마지막 보루
전문계고는 기능인력 양성 위한 마지막 보루
  • 하주화 기자
  • 승인 2009.05.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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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과나 상관 없어요”

울산지역 일선 중학교 교사들은 전문계고 진학 상담 시 해당 학생 중 대다수가 이렇게 성위없이 답한다고 토로한다.

기술교육을 받기보다는 3년 후 결국에는 학생이 대다수인 탓에 특기와 적성에 맞는 전공 따위는 관심이 없다.

궁극적으로 대학 배지가 목적인 것은 아니다. 전문계고를 졸업해봤자 10%대의 취업률을 뚫기 힘들 것이 뻔하다는 데 진짜 이유가 있다.

특히 성적부진아 꼬리표를 달고 살아왔던 터라 대학까지 안가면 사회적 천대의식을 이기지 못하고 자칫 ‘2등 국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들의 기술교육에 대한 배움의 욕구를 앗아가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청이 조율에 나섰다.

울산시교육청은 다음달까지 지역 전문계고 9곳에 대학진학반을 공식 편성하고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국ㆍ영ㆍ수 중심의 교과목 수업을 집중 실시키로 한 것이다.

전문계고 출신자들의 취업문을 열어주기 위한 사회적인 배려장치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술교육만 강요할 수 없고,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현실도 수용하기 위해서다.

그간 일부 학교에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교육을 시켜왔던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특별한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전문기술인 양성과 취업을 존립기반으로 하는 전문계고를 일반계고와 같은 대학진학 코스로 인정했다는데 있다.

돌려 말해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을 맡아 대학에 보내는 ‘일반계고 2부 리그’ 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우선 취업률 향상을 위해 진로탐색 기반을 강화하고 주(취업)와 부(대학진학)를 명확히 구분해야할 것이다.

또 90% 이상이 기초학력 미달로 채워진 전문계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특별한 정책도 절실하다.

한번 고교 진학시 한차례 ‘걸러진’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또 한차례 ‘중도 탈락’하면서 인생 낙오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대학 졸업장과 학위가 운전면허증 만큼이나 널리고 흔해 빠진 게 현실이다.

어쩌면 전문계고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전문계고는 ‘짝퉁’ 일반계고가 돼서도 안 되고, 자존감을 잃은 아이들을 잠시 돌보는 위탁기관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 하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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