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침묵이 필요한 때
애도와 침묵이 필요한 때
  • 이주복 기자
  • 승인 2009.05.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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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형언하기 힘든 슬픔이 가득한 현실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말을 거두고 슬픔을 서로 나누는 일이다.

애도(哀悼)와 침묵이 필요한 때, 무언가 말을 보태야 한다는 중압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시대 역사의 의미심장한 한 실험을 일단락 짓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또 하나의 격변기를 맞으며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민주나 자유라는 것은 묻어두고 경제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달려왔다. 이로 인해 정치·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무시된 채 지속된 권위주의로 또다시 군부의 집권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세대가 흘러 대한민국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지나면서 자유와 민주라는 국민들의 여망은 실현됐지만 아직도 과거 권위주의와 보이지 않는 권력에 도전한 것이 ‘참여정부’였다.

참여정부의 주인공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권위주의의 해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가장 분명하게, 말과 행동에서 실천한 인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교과서 속의 사회와 현실 사회 간의 거리를 가장 크게 좁혀 준 대통령으로 국민과 정치인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가감없이 부딪히고 해결하려한 것은 오히려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 불리게 했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바보’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가 남긴 통치 업적의 공과(功過)는 앞으로 역사 속에서 판단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절차적 민주화라는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된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응해 실질적 민주화라는 새로운 사회 질서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과감하게 시대의 권력과 정면승부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기성세대의 기득권에도 서슴없이 도전했다.

물론 이로 인한 정치적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수구세력들에게 많은 비판을 감내해야 했고 그들의 편향된 비판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불사하고 소신 있는 정치로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을 마감했다.

퇴임직후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 봉하마을을 찾아 그곳에서 생활하고 대화하는 모습은 그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연인 노무현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나 권력자들의 고질적인 병은 자연인 노무현을 그냥 두지 않았다.

권력의 순회 속에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향하면서 결국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라는 빅뉴스를 제공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난제는 권력의 주위를 맴돌며 권력자를 이용해 자신들의 부를 축척하려는 자들의 행태다. 민주화를 퇴보시키고 전직 권력자들과 동반 멸망하는 사례를 우리는 계속해서 겪고 있다.

지금도 전직 대통령 투신으로 인한 국민장을 맞으며 국민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각성해야 한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권력자들의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작자들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이로 인한 또 다른 슬픈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이주복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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