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의 재창조…‘대석마을과 상여소리’
지역 문화의 재창조…‘대석마을과 상여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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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간간이 ‘마을 이야기’, ‘마을지명 스토리텔링’, ‘마을문화 만들기’, ‘도시재생 마을 전문해설사’ 등의 사업에 초청되어 강의하고 있다. 강의의 초점은 ‘인식변화’와 ‘발상전환’에 맞추고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는 ‘물안뜰’이라 불리는 ‘대석(大石)마을’이 있다. 마을 뒷산에 원효산, 원효암, 홍룡폭포가 자리한 이 마을은 ‘상여(喪輿)소리’를 활용해 농촌관광 활성화의 길을 찾는 ‘농촌전통테마마을’이기도 하다. ‘큰 돌’이란 뜻의 마을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다.

마을 사람들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때 홍수가 나서 하천이 큰 돌 천지였다. 그때부터 ‘큰 돌 마을’이라는 뜻으로 대석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마을의 다른 이름 ‘물안뜰’이 오히려 더 정겹게 다가온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池內里)’의 본래 이름 ‘못안마을’이 그런 것처럼.

필자는 양산문화원 이사로 활동하던 2015년, 대석마을 회관에서 ‘지역 문화 재창조’를 주제로 강의한 적이 있다. 이 특강은 전국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양산문화원(원장 박정수)의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었고, 그 내용은 ‘마을 이름 재창조’와 ‘상여소리 차별화’였다. 이 특강에서 필자는 ‘불교 요소를 가미한 활용’을 강조한 기억이 있다.

먼저 ‘마을 이름 재창조’ 강의 때는 기존의 마을 이름 ‘대석(大石)’을 ‘대석(大碩)’으로 해석할 것을 제안했다. 마을 일대에 큰 돌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는 해도, 문화는 현재의 재창조이기 때문에 ‘돌 석(石)’ 자를 ‘큰 석(碩)’ 자로 바꿔 ‘대석(大碩)’이라고 해석해도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가까운 지역의 ‘소석(小石)’, ‘석계(石溪)’의 예를 들며 “클 석 자는 큰스님이 짚는 지팡이 석장(錫杖)의 ‘석’ 자와 발음이 같으므로 원효암과 홍룡사를 찾은 원효스님 등 큰스님의 흔적을 떠올리며 ‘대석(大碩)’이라고 부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다음으로 상여소리에 불교 요소를 가미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것을 제안했다. 대석마을의 상여소리와 행상을 재현하는 첫 행사는 농촌전통테마마을인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물안뜰)에서 2013년 6월 22일~23일 이틀 동안 펼쳐졌다. 양산시농업기술센터가 지원한 행사였다.

일반적으로 상여소리는 망자(亡者)와 산자의 이별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가사는 전국적으로 비슷한데 대석마을의 상여소리도 그랬다. 하지만 마을의 배경을 이루는 천성산과 원효암의 설화와 실제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다른 지역 상여소리와의 차별성은 뚜렷해질 것이 분명했다.

이는 불교 문화와의 협업에 따른 활용성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 상여소리의 후렴 즉 후창(後唱)에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를 덧붙이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나무아미타불/ 대문 밖이 저승이다, 나무아미타불…” 하는 식이다. 그 효과는 원효스님과 원효암 그리고 천명의 성불(成佛)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천성산의 기운을 받는다는 상징성 부여로 이어졌다. 결국, 망자의 이상향인 서방정토 극락세계 연화장에서 회생(回生)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강에서 필자는 해마다 열리는 양산시의 대표축제 ‘삽량문화축전’을 통한 홍보를 역설했다. “살아서 한 번이라도 ‘대석 물안뜰 상여소리 놀이’를 구경하면 10년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홍보하면 양산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마을 이야기 스토리텔링 사업’은 이런 관점에서 장려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마을공동체에 전승돼 오는 생각을 시대적 역발상(逆發想)과 다양한 협업(協業)으로 재창조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획일적·협동적 사고보다는 전문가의 다양한 생각을 밑거름 삼아 협업 또는 콜라보(←collaboration)를 이루는 것이 건강한 조직, 발전하는 조직의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철새홍보관장·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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